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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강 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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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강 결빙

입력
2011.0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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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면 소한(小寒)이다. 이름으로만 보면 '큰 추위'인 대한(大寒)이 더 추워야겠지만, 이는 중국 북부지방의 기준일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소한 무렵 '정초 한파'가 몰아치면서 추위가 절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한이 소한 집에 가서 얼어 죽었다', '소한 얼음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도 있다. 관측 기록을 보면 서울이 가장 추웠던 때는 1927년 12월 31일의 영하 23도였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영하로 유지되는 날씨가 3일 이상 이어지면 한강에도 얼음이 언다.

■ 한강 결빙(結氷) 관측은 1906년부터 한강 수계의 중앙 지점인 서울 노량진 앞에서 이뤄졌다. 한강의 주요 나루였던 노량진이 관측에 가장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에서 상류 100m 지점이다. 기상청은 이 지점에 얼음이 생겨 물 속을 볼 수 없게 되면 결빙으로 판단한다. 한강이 가장 빨리 얼었던 해는 1934년 12월 4일이며, 가장 늦었던 때는 1964년 2월 13일이다. 1900년대 80일이었던 결빙일수는 1910년 77일, 1960년대 42.2일, 70년대 28.7일, 80년대 21일, 90년대 17.1일, 2000년대 14.5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 한강 결빙일수가 줄어든 데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 기온 상승이 결정적이다. 난방시설이 발달해 더운 생활하수가 한강으로 많이 방류되는 것도 원인이다. 기상청이 2년 전 장기예보를 통해 스키장이 사라지는 따뜻한 겨울을 걱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올 겨울은 영국에 100년 만의 혹한이 엄습하는 등 지구촌 곳곳이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극해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수분 증발이 활발해져 강설량이 늘어났고, 그 결과 지구촌 지표온도를 떨어뜨렸다고 본다. 지구온난화가 이번 한파의 주범인 셈이다.

■ 지구가 실제 추워지고 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망원경으로 태양의 흑점을 관찰했더니, 최근 수년간 태양 활동이 약해지고 있어 1645~1714년의 소(小)빙하기를 능가하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음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인위적 요인이든 태양활동 약화라는 자연적 요인이든, 폭설과 한파가 일상화한 겨울이 궁금해진다. 서울시민들이 한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지치고 빙상축제를 즐기는 낭만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SF영화 처럼 지구촌이 온통 얼음으로 뒤덮이는 끔찍한 기후 재앙의 모습일까?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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