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영표(34ㆍ알 힐랄)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박지성,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언제까지 활약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대통을 이을 후계자를 찾는 것은 한국 축구의 중요한 과제다.
박지성의 후계자로는 손흥민(19ㆍ함부르크)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영표의 후계자 재목으로는 이용래(25ㆍ수원)가 단연 눈에 띈다. 이영표와 이용래는 여러 가지 공통 분모를 지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뛰어난 축구 지능과 전술 소화력이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왼쪽 윙백, 혹은 풀백으로 포지션이 굳어졌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종종 기용됐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던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스트라이커와 골키퍼를 제외하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이용래의 원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대표팀의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왼쪽 풀백으로 변신, 맹활약을 펼쳐 조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했다. 같은 달 30일 열린 시리아전(1-0)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빼어난 적응력과 전술 소화력을 과시했다. 조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이용래를 수비형 미드필더와 이영표의 '백업'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 감독 휘하에서 프로에 데뷔해 총애를 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영표는 2000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조 감독이 지휘하던 안양 LG(서울 전신)에 입단, 왼쪽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안양의 챔피언 등극에 공헌했고, 2003년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으로 이적할 때까지 안양 중원의 핵으로 활약했다.
이용래는 고려대를 졸업한 2009년 경남에 연습생으로 입단했지만 붙박이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꿰차며 조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았다. 당시 간간히 왼쪽 윙백으로 기용됐던 것이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왼쪽 풀백으로 변신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올 시즌에도 헌신적인 플레이로 경남 돌풍의 밑거름 노릇을 했다.
부상을 딛고 스타덤에 오른 과정도 비슷하다.
이영표는 축구 명문 안양공고와 건국대를 거쳤지만 1998년 올림픽 대표팀에 연습생으로 선발될 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대학교 1학년 때 무릎 부상을 당해 청소년 대표에 선발될 기회를 놓친 탓이다. 이용래는 유소년 시절 명성이 자자했고 고려대에서 붙박이로 활약했지만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리그 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대학교 1학년 때 당한 발목 골절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혹을 받은 탓이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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