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여/ 암흑을 사이에 두고 그대에게 얘기할게/ 무덤으로 들어가기 전에/ 잊지 말고 불태워진 뼛가루로 내게 편지를 써줘/ 잊지 말고 저승의 주소를 남겨줘"(시 '감당' 에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ㆍ56)의 시선집 <내 사랑 샤에게> (글누림 발행)가 국내 출간됐다. 류샤오보와 그의 부인 류샤(劉霞)의 시를 묶어 2000년 홍콩에서 출간된 <류사오보 류샤 시선> 중 류샤오보의 시만 골라 번역한 것이다. 류사오보> 내>
책은 류샤오보가 부인 류샤에게 바치는 사랑의 시 71수와 1989년 중국의 6ㆍ4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원혼들을 위로하는 추모시로 구성돼 있다. 류샤오보의 사상이 응축된 글인 '08헌장' '나는 적이 없다_나의 최후 진술' '나의 무죄 변론'도 함께 실렸다.
류샤오보는 지린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베이징사범대에서 문예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학자로 있다가 톈안먼 사태가 발생하자 급거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다.
이후 류샤오보에게는 고난이 끊이지 않았다. 모든 공직을 박탈당했고, 여러 차례의 가택연금과 세 차례의 체포, 구금을 당했다. 현재 그는 2008년 12월 중국 공산당 독재 타파를 골자로 한 '08헌장'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11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반발하며 가족을 가택연금에 처했고, 류샤오보와 가족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도 막았다.
류샤오보의 저항적 삶은 문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08헌장' 등은 웅숭깊은 성찰을 담고 있고, 시어들은 투박하다. "벌거벗은 심장은/ 강철과 맞부딪쳤고/ 물도 없고 푸르름도 없는 대지는/ 태양 빛의 유린에 맡겨져 있었다"(시 '사망 체험'에서) 그러나 대부분의 시에서는 자신을 뒷바라지한 부인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 사랑이 짙게 묻어난다. 그는 이런 마음을 각 시에서 '샤에게' '새끼손가락에게' '나의 작은 발에게' 등의 부제로 표현했다. 법정 최후진술에서 그는 "만약 20년 동안 내가 얻은 가장 큰 행운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아내 류샤의 사심 없는 사랑을 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대의 종신죄수'라는 시에서 그는 부인을 일러 "아마도, 그대의 죄수가 되어/ 영원히 태양을 못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암흑이 나의 숙명임을 믿는다/ 오직 그대의 몸 속에서만/ 모든 것이 편안하다"라고 썼다. 번역자 김영문씨는 "류샤오보와 류샤 부부는 서로 사랑의 시를 주고 받으며 그 온기와 열기로 저 철옹성(중국 당국)을 녹이려는 무망(無望)의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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