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2011년 경영 화두는 한 마디로 '다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자'는 것이다. 지난 10년이 각 계열사별로 독자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인 시기였다면 앞으로 10년은 계열사가 서로 힘을 합쳐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빛의 속도로 숨가쁘게 달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사가 나홀로 성장에 골몰하는 대신 다른 계열사와 손을 잡고 융합형 신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속 성장도 가능하고 궁극적으로는 SK 임직원과 우리 사회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소신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말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의 새로운 경영 환경에선 그룹 차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이러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최 회장과 SK의 고민이 슬로건 형태로 집약된 것이 바로 '그룹 단위의 실행 체제를 갖춘 지속적 글로벌 성장'이다. 이를 위해 인재(사람), 기업문화, 사업모델에서 각 사 단위에서 탈피, 그룹 단위의 종합적인 실행 체제를 갖추겠다는 게 SK의 올해 경영 방침이다.
SK는 이를 바탕으로 ▦신에너지자원 확보(Energy) ▦스마트환경 구축(Environment) ▦산업혁신 기술 개발(Enabler) 등의 '3대 핵심 신규사업 분야'(3E)에서 새로운 SK의 미래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SK는 이미 이들 신규 사업에 대해 2020년까지 모두 17조5,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우선 2011년엔 ▦산업혁신 기술 개발에 8,000억원 ▦신 에너지자원 확보에 4,500억원 ▦스마트 환경 구축에 4,500억원 등 모두 1조7,000억원이 투자된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올해 역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SK차이나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 체계를 재구축하면서 중남미, 중동, 동남아 등의 '이머징 마켓'을 글로벌 거점에 선정한 것에서 이러한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주요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중국 사업은 30년을 내다 보고 하는 것"이라며 "호흡이 길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가시적 성과가 없으니 걱정은 할 수 있겠지만 10년전, 15년전에도 그런 우려는 있었다"며 "안 가면 결국 여기만 계속 있으라는 건데, 그건 더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SK는 이에 따라 중국에서 진정한 '차이나 인사이더'의 중장기 관점에서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 현지 완결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SK의 해외 진출은 현지 국가의 경제 발전에 기여하면서 SK도 발전하는 '윈윈(Win-Win)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SK에너지가 지난해 6월 페루 리마 남쪽 팜파 멜초리타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을 준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SK는 페루의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페루 경제 발전의 파트너가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SK는 나아가 페루 LNG생산 공장 준공 등과 연계해, 중남미 지역의 원유ㆍ천연가스ㆍ철광석 등 자원개발 사업 등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플랜트 건설 등 연관 사업으로 범위를 확장, SK에너지와 SK건설이 '따로 또 같이' 방식으로 진출하는 성공 사례까지 창출하고 있다.
SK는 이러한 방식을 신에너지, 석유화학, 도시개발, 환경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중국 사업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SK가 오랫동안 사업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온 중동 지역에서도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동시에 풍부한 오일 달러를 배경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각종 인프라 개선 사업에 집중, 전력설비 및 플랜트 건설을 추진해갈 예정이다. 또 동남아 지역에서는 통신 인프라 및 자원개발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 회장은 "환경개선, 녹색에너지, 삶의 질 제고 등은 지속 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국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데 기여하는 SK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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