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인 효성은 조석래 회장이 지난해 7월 건강상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을 사임하고 회사 경영에도 관여하기 힘들어지면서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전 세계 경기가 다소 회복된 데다, 주요 사업의 글로벌 전략 진전 등에 따라 성장세를 이어가며 효성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임을 보여줬다. 이상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 경영 시스템도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한몫했다.
물론 2011년의 경영 환경은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효성은 이러한 악재를 '글로벌 엑셀런스(Global Excellence)를 통한 가치 경영'을 통해 뛰어 넘겠다는 각오이다. 특히 변압기나 발전기를 가리키는 중전기 제품과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또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 안정적 공급과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 온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전자재료, 첨단소재 등의 신규 사업도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중전기 부문에서 지난해 영국 전력청의 초고압변압기 주 공급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유럽시장 진출을 확대키로 했다. 수영복을 비롯, 각종 스포츠 의류에 쓰이는 스판덱스 부문에선 이미 중국과 베트남, 터키 공장의 운영에 이어 2009년 착공된 브라질 공장을 올해 준공함으로써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완료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스판덱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효성은 전 세계 고객들에게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 능력과 품질, 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스판덱스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타이어코드도 섬유 타이어코드의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스틸코드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장을 낸 상태다. 이미 일본의 특수강선ㆍ케이블 제조업체인 스미토모전기공업과 손잡고 중국과 태국에 스틸코드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효성은 섬유 타이어코드 부문에선 세계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스틸코드에선 아직 시장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한편 조 회장이 건강을 회복해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지와 함께 세간의 주목을 끄는 일은 조 회장의 세 아들이 과연 어떤 후계 구도를 그려갈 지에 대한 전망이다. 현재로선 장남 조현준(43) 효성 사장이 무역ㆍ섬유 부문, 차남 조현문(41) 부사장이 중공업 부문, 삼남 조현상(40) 전무가 전략본부 등을 맡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조 회장이 전권을 행사해온 데다 사실상 지주 회사라 할 수 있는 효성의 지분도 세 아들이 엇비슷해, 경영권이 과연 누구에게 넘어갈 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한국 재계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한 만큼 그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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