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반도 정세는 남북한뿐 아니라 주변 4강국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국제무대에서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과 파워 게임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는 등 국가 위상을 높임으로써 초강대국인 미국과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은 환율 문제와 국제정치 현안 등을 놓고 갈등하는 한편 1월 양국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대치 속에서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의 불확실성은 단순히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중 간의 미묘한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 북핵 폐기 등의 한반도 현안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의 국력이 커지자 미국은 과거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 길들이기에 나섰고 중국은 이에 강력히 맞서는 양상”이라며 “이런 구도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도 올해 외교환경 전망에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 위협 등으로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북아 지역에서 미중간 협력과 갈등이 반복되는 등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양국이 G2 협력 강화 차원에서 대화 국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양국의 협력 틀 복원 의지가 엿보인다는 얘기다.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 앞서 고위급 접촉을 통해 북핵 문제와 한반도 긴장 상황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모종의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대화로 한반도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하면서 남북한의 대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놓고 중국과 절충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6자회담보다 남북관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한반도 긴장 상황의 지속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출구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 긍정적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를 비롯 동북아 정세는 상당 기간 냉각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정세 역시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은 더욱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되는 반면 남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해 대치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중 관계 악화에 따라 대북정책 및 6자회담 재개를 놓고 고민스런 상황에 직면할 개연성이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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