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언권 큰 원로로 분류되는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은 '선비'로도 통한다. 솔직한 성품과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중시하는 행동 때문이다.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다른 증인들은 "기억 나지 않는다"며 발뺌할 때 "달라는데 안 줄 수 있느냐"고 솔직하게 인정했던 것이나, 2006년 무리한 3연임을 추진하던 당시 전경련 회장을 '70대 불가론'을 내세워 주저 앉힌 일화는 유명하다.
오너 일가의 꼿꼿한 성정은 이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이 관여하는 회사 경영에도 투영되는데, 지난해 3분기 주택부문에서 600억원 이상을 자진해서 손실 처리한 것이 대표 사례다.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내실 경영과 투명한 회계처리로 유명한 이 회사가 지난해 4분기 몫으로 손실을 추가 반영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리 부실을 인정하는 대림산업의 투명한 행보는 2011년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부분 전문가들이'업계 최고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2010년 선제적으로 부실을 상각(償却)하며 내실을 쌓은 덕택에 올해에는 큰 폭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석유화학 플랜트 부문의 발주 호조에 힘입어 2011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조원 가까이 늘어난 7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HMC투자증권도 매출과 수익성 호조를 이유로 지난해 말 11만원선에 머물던 이 회사의 올 상반기 목표 주가를 14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대림산업 경영진도 올해에는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말 승진한 김종인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마케팅 중심의 경쟁우위 창출'을 전사적 경영전략으로 세우는 한편,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대응력 및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조직 및 인력의 체질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밸류 체인의 확대를 위해 플랜트뿐만 아니라 토목부문에서도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지난해 순수 독자기술로 세계 최대 현수교인 이순신 대교 주탑을 완공한 것을 계기로 특수교량 분야에서도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은 이밖에도 조직 및 인적자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재 육성에 주력하고,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에서도 업무가 가능하도록 IT기반 경쟁 우위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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