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에게 2006년은 매우 뜻 깊은 해였다. 그 이전 수십 년간 건설업계 부동의 1위(시공능력평가)를 지켜온 현대건설과 탄탄한 재무력을 앞세워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삼성물산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2006년 꿰찼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이후 2008년까지 3년간 시공능력 평가 1위 자리를 유지하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그 원동력은 주택사업에서의 선전이었다. 주택시장 호황에 힘입어 다른 대형사에 비해 적극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했고, 공격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던 것이 주효했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건설ㆍ부동산 시장 침체, 산업은행 재인수 등의 영향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으나, 대우건설은 위기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저력을 앞세워 2011년에는 '어게인(Again) 2006~2008'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이번은 주택이 아닌 해외사업이 새로운 대우건설의 성장 축이 돼 회사발전을 견인하게 될 전망이다.
해외부문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가동시키기 위해 올해 대우건설은 조직 재정비에 나선다. 기존 10본부 1원의 본사 조직을 올해부터 1개 본부가 늘어난 11본부 1원으로 개편했다. 유사기능의 팀이 통합돼 기존 본사조직은 102팀에서 88팀으로 운영되는데, 이는 본사 슬림화를 추진하고 본사 인원을 현장 중심으로 전진 배치해 수주ㆍ영업 등에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올라선 것을 계기로 산업은행과의 시너지 제고 및 개발사업 역량강화를 위해 개발사업본부를 신설했으며, 설계ㆍ구매ㆍ시공(EPC) 경쟁력과 본부내 전문역량 강화를 위해 플랜트사업본부에 발전사업실과 석유화학사업실을, 토목사업본부에 토목개발사업실을 새롭게 만들었다. 조직 재편을 통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플랜트와 개발사업 분야에서의 외형적 성장과 질적 내실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또 올해 주택 시장 회복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최저가 낙찰 등으로 공공발주 토목시장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으로 판단, 해외사업을 확대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사업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회사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그 동안 쌓아온 해외공사 경험에서 체득한 무형의 노하우를 시스템으로 구축해 전 임직원들이 공유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경쟁업체에 비해 현지 인지도가 높은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중동ㆍ북아프리카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및 발전 분야에서의 수주 경쟁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국내외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와의 협력 강화로 오일ㆍ가스분야의 수주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동유럽, 남미 등 신규시장 개척을 통해 시장 다변화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여건이 어렵겠지만 주택부문에서도 지속적인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전국에서 1만5,000여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대부분 서울ㆍ수도권 주요지역과 재개발ㆍ재건축 일반분양 물량 등 상대적으로 사업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곳들이라 사업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거친 내실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하고, 2006년 업계 1위 등극의 기폭제가 됐던 중소형 오피스텔 브랜드 '디오빌' 신화를 이어갈 새로운 형태의 주택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영권 지배구조 문제 등 불확실한 회사 외부 문제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소되면서 해외 수주영업을 하기 위한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며 "원전 및 조력발전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만한 시장을 선점해나가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