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한국ㆍ미국ㆍ일본 대 북한ㆍ중국ㆍ러시아'의 신냉전체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의 대북ㆍ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과 대화를 반복하는 가운데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우 지혜롭게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 정부의 대북ㆍ외교 정책의 기조를 대화와 압박을 탄력적으로 병행하는 '강온 양면 전략'에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이 강경기조를 유지할 때 한반도 정세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라며 "북핵 해법 논의 과정에서도 미국과 주변국들로부터 남북관계 개선 요구가 있을 수 있으므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올해 대북 정책도 강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정부의 대북 전략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가 북한 주민과 정권을 분리해 접근한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의 균열을 의도하고 '흡수통일'을 기도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은 "흡수통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를 유도한다는 정부의 전략은 심리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남한에 대한 북한의 적대 심리가 더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대북 정책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을 대상으로 지지와 협조를 구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평화통일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미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통일된 한국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요즘 정세는 녹록지 않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과 같은 북한의 도발이 또 발생할 경우 우리의 4강 외교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 정세를 놓고 우리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북한편을 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대(對)중국 외교 비중을 점차 높여가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반도 문제를 놓고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이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며 "한미관계를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의 비중을 높여가는 외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을 유지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나설 것"이라며 "한·미·일·중·러 5자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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