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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1500명 천사 덕분에 숨 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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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1500명 천사 덕분에 숨 쉴 수 있어요"

입력
2011.01.02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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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숨조차 쉴 수 없는 한 생명을 살리고자 24시간 곁을 지키는 자원봉사자 1,500여명의 손길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08년 2월 김온유(23)씨는 ‘갈비뼈가 사라진 소녀’라 불리며 화제가 됐다. 김씨는 2001년 감기 증세로 병원에 갔으나 의료진이 폐에 혹이 있다고 오진해 수 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후유증으로 기계 호흡에 의존했다. 2008년 9월부터는 폐가 너무 작게 쪼그라들며 상태가 악화해 기계가 한꺼번에 넣어주는 산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누군가 24시간 김씨 곁을 지키며 상태나 움직임에 따라 주머니 형태의 호흡 보조기구인 ‘앰브’를 눌러줘야 하는데, 그의 어머니는 혼자서 36시간 동안 앰브를 작동하기도 했고 아버지는 밤새 앰브를 누르고 출근하다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김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먼저 그의 교회 친구들이 나섰다. 이들은 10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하는 그의 곁을 지키며 말벗이 돼줬고, 김씨의 딱한 사정을 친구 등 주변 사람에게도 전했다. 또 인터넷카페도 개설했다.

인터넷카페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의 발길이 더해지면서 지난 2년간 무려 1,500여명이 병실을 찾았다. 이들은 2~4명씩 한 조를 이뤄 30분~1시간씩 앰브를 누르는 봉사를 24시간 4교대로 하고 있다.

수능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시험 전날에도 병실을 찾아왔고, 30일짜리 장기 휴가를 받은 군인은 휴가 기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김씨를 만났다. 또 바이올린을 전공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는 병실에서 즉석 공연을 펼쳤다. 그 사이 방명록도 네 권이나 쌓였다. 덕분에 김씨는 “처음 와 앰브 누르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장난까지 치며 깔깔댄다”고 할 정도로 낙천적으로 변했다.

최근엔 기쁜 소식도 있다. “2년 넘게 끊이지 않고 나를 찾아온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으니 동영상을 제작해 달라”는 김씨의 부탁을 받고 봉사자인 김한나(24)씨가 이들의 활동을 기록한 13분짜리 동영상 ‘릴레이 온유’를 제작했는데, 이 작품이 지난달 말 한 기독교단체에서 주최하는 영상전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다. 한나씨는 “지금은 교회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더 많은 사람에게 소식이 알려지고, 온유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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