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춘문예/동시] '사과의 길'·'냄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춘문예/동시] '사과의 길'·'냄비'

입력
2010.12.31 17:31
0 0

■사과의 길

엄마가 사과를 깎아요

동그란 동그란

길이 생겨요

나는 얼른 그 길로 들어가요

동그란 동그란 길을 가다보니

연분홍 사과꽃이 피었어요

아주 예쁜 꽃이에요

조금 더 길을 가다보니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혔어요

아주 작은 아기 사과예요

해님이 내려와서

아기를 안아 주었어요

가는 비는 살금살금 내려와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었어요

그런데 큰일 났어요

조금 더 가다보니

큰바람이 마구마구 사과를 흔들어요

아기 사과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어요

아기사과는 있는 힘을 다해

사과나무에 매달려 있었어요

조금 더 동그란 길을 가다보니

큰바람도 지나고 아기사과도 많이 자랐어요

이제 볼이 붉은 잘 익은 사과가 되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길이

툭,

끊어졌어요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길에서 뛰어 내렸죠

엄마가 깎아놓은 사과는

아주 달고 맛이 있어요

■냄비

쉿!

조용히 해

저,

두 귀 달린 냄비가

다 듣고 있어

우리 이야기를 잡아다가

냄비 속에 집어넣고

펄펄펄

끓일지도 몰라

그럼,

끓인 말이 어떻게

저 창문을 넘어

친구에게 갈 수 있겠어?

저 산을 넘어

꽃을 데려 올 수 있겠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