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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동시] '사과의 길'·'냄비' 김철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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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동시] '사과의 길'·'냄비' 김철순 인터뷰

입력
2010.12.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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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놓았던 문학의 꿈 삼남매 키우고 다시 시작"

김철순(56)씨는 올해 한국일보와 지방지인 경상일보에서 당선 통보를 받아 신춘문예 2관왕이 됐다. 동시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김씨는 동시 이전에 시를 오랫동안 써왔다. 1994년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에서 장원을 했고, 이듬해 동양일보가 주관하는 제1회 지용신인문학상에 당선됐다. 시집도 두 권 냈다. 중학교 졸업 후 취직해 서울에서 보낸 네다섯 해를 빼고 줄곧 살고 있는 고향 충북 보은군에서 그는 제법 알려진 시인이다.

영어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학업을 중도포기해야 했던 그에게 시는 가난과 배움에 대한 한을 달래는 통로였다. 그의 두 번째 시집 에는 그가 겪은 곤궁함과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에 더욱 시를 놓을 수 없었던 절실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학생인 녀석들은 늘 허기져 있다/ 새끼를 위해 저 진흙밭에 나가/ 직접 먹이를 구할 줄도 모르는 이 한심한 어미새/ 빈혈에 걸린 새끼를 병원에 데려가며/ 어미 새는 아프다’(‘가난한 가계’에서) 김씨의 말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삼남매를 키우고 나서 백일장에 다녔어요. 학창 시절에도 글을 제법 잘 쓴다는 말을 듣곤 했거든요. 1989년 충북 주부백일장 장원을 시작으로 점점 큰 상을 수상해가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인해 갔습니다.”

서너 해 전부터 시인들이 대거 동시를 발표하면서 김씨도 자연스럽게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동심의 눈을 뜨자 세상이 달라보였다. 냄비 손잡이가 귀로 변했고, 카메라가 사람을 제 속에 가두고 찰칵 문을 닫자 사진이 찍혔다. 그렇게 글감이 발견될 때마다 신명나게 동시를 썼고, 2년 동안 쓴 300여 편에서 괜찮은 작품을 추려 세 신문의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중앙지 중에서는 “심사가 공정하고 탁월해 당선작에 대한 시비가 좀처럼 없는” 한국일보에만 투고를 했다고 한다.

김씨는 오래 간직해온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려 지난해 연초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 과정을 무사히 마쳐 안도하고 있던 만학도에게 신춘문예 당선 소식까지 날아들었으니, 김씨에게는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다. “사이버대학에 진학해 아동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그는 최근 한 문화센터의 동화 창작 과정에도 등록, 집과 서울을 오가며 꿈을 향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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