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고민하던 차에 당선 통보, 일단은 열심히 쓰겠습니다"
"지난해 엄마가 수술까지 받을 만큼 많이 편찮으셨거든요. 마침 휴학 중이어서 날마다 집에서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엄마가 언제쯤 건강을 회복하실지 기약 없는 시간을 견디다가 문득 '나처럼 힘들고 괴로운 사람이 또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유경(24ㆍ동국대 문예창작과4)씨는 당선작을 쓰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를 넘어 타인에게로 향한 연민은 그에게 외부와의 소통이 끊어진 채 골방에서 은둔하는 인물을 떠올리게 했고, 언젠가 미디어아트 작품에서 봤던 실내낚시터의 풍경이 여기에 덧보태졌다.
그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채 주변부로 밀려난 인물들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동안 습작한 작품들의 주인공도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도 소외된 인물들에게 공감을 느낀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것은 문학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씨는 어릴 적부터 꾸준히 일기를 쓰며 글 쓰는 재미를 터득했지만, 글로 상을 받아본 경험은 전혀 없는 평범한 소녀였다. "작가란 가까이 다가설 수 없는 동경의 존재로 여겨온 터라 문예창작과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마냥 기뻤다"던 그는 그러나 재학 중에는 '형편없는 글이라도 매일 꾸준히 쓰자'는 각오로 성실히 문학수업에 임했다. 시, 희곡 창작도 좋았지만 소설을 택했다. "인물에 집중하면서 그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즐겁고,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설의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라씨는 "졸업하면 백수인데 뭘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중에 당선 통보를 받았다"며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며 소설가로서 첫발을 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 도중 여러 번에 걸쳐 학과 수업이나 창작모임에서 동료 선후배와 함께 좋은 작품을 쓰고자 고민했던 일을 즐겁게 회상했다. 어쩌면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홀로 다스려야 할 앞으로에 대한 무의식적인 걱정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러나 이런 다짐을 힘주어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단은 열심히 쓰겠습니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니까요."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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