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고프닉 지음ㆍ김아영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ㆍ358쪽ㆍ1만5,000원
어린아이는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경험할까. 누구나 유년기를 거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그 때의 경험을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부모가 되어서도 아이들의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UC버클리대학 심리학 교수인 앨리슨 고프닉이 쓴 <우리 아이의 머릿속> 은 신생아와 어린아이에 대한 뇌과학, 심리학 등의 최근 연구성과를 토대로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는 성인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갓난아이조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 저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상상하고 학습하는지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한다. 14개월 된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하리라고 가정하지만, 18개월이 되면 다른 사람의 취향이 자신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두 살 이상이 되면 허가, 금지, 의무, 규칙 따위의 개념을 이해한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과거의 사건을 물어보면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하지만, 다섯 살짜리는 좀 더 독창적으로 대답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이의 의식을 다룬 부분이다. 아이들은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때 성인과 똑같이 대상을 의식하고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주의력에서는 성인과 차이가 난다. 성인들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 이외의 것을 무시하고 억제할 수 있지만, 아기나 어린아이들은 주의를 방해하는 대상을 잘 억제하지 못해 원래 집중하던 대상에서 금세 눈을 돌린다. 주의가 산만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아이들이 어떤 하나의 대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세상을 한꺼번에 인식하는 '전체적인 주의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성인이 어떤 대상에 집중할 때 그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로는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쳐 정보를 더 잘 처리하게 하는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는 반면, 뇌의 다른 부위에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그런데 아기의 뇌에는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은 많지만,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거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의 마음은 새로운 가능성에 완전히 개방된 상태이며, 이는 아이들이 가급적 빨리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밖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도덕적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만 어린아이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볼 수 없는 한 그 세계를 알기에는 현대과학도 역부족이라는 점을 책 군데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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