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신묘년이 밝았다. 모두가 새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덕담을 주고받고 있다. 그러나 안팎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시련과 장애가 없었던 시기는 없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 성과를 실현하는 것은 어느 때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2010년에 뼈 아프게 재확인한 사실은 우리가 지구 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점,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북에 의한 3월 26일의 천안함 폭침사건,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사건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적대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현실을 잘 알게 해 주었다. 더구나 북의 공격으로 군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희생됐는데도 일부 세력은 정부 발표를 부정하거나 오히려 북을 편들고 두둔하고 나섬으로써 국민의 뜻을 한데 모으기 힘들게 하고 안보상황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ㆍ국방 강화를 통해 이른바 '불안사회'의 공포와 그늘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필요ㆍ충분의 조건이다.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외교도 더욱 중요해졌다.
새해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성장률이 떨어지고 소비, 투자, 수출의 증가율도 낮아지는 데다 환율 불안과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세계 각국이 대부분 여건이 좋지 않지만, 우리의 경우 북의 위협이라는 이른바 '북한리스크'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튼튼한 안보상황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 발전은커녕 존립 자체가 어렵다.
계속 성장을 하려면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지역적으로도 수도권과 지방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특히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완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활동은 지속 가능한 발전과 동반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경제복지'다.
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역사에 비추어 보면 큰 선거가 없는 2011년은 정치의 방해와 왜곡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해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뜻인'일기가성(一氣呵成)'을 신년화두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2012년의 대통령선거는 물론 먼 장래를 내다보는 국가 비전을 미리 마련하고 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많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 것은 복지문제다. 지난해 6ㆍ2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각된 무상급식 논쟁과 갈등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의 관심은 민주화를 넘어 복지문제로 이행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복지 논쟁이 뜨거울 전망이다.
앞으로도 경계해야 할 것은 표를 의식한 복지포퓰리즘이며 가장 큰 위험은 선심정책이다. 정책 설계를 잘못하면 복지망국의 덫에 빠질 수 있다. 복지국가의 중심인 국민은 뒷전에 밀린 채 정파간의 이념적 논쟁과 갈등이 커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ㆍ저출산사회에서 복지정책은 모든 것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할 수 있다. 30여 년 전부터 사회보험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4대 보험에 노인 장기요양보험과 국민 기초생활보장제 등으로 복지국가의 면모는 갖추고 있다. 그동안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활용돼온 복지정책을 어떻게 더 발전시키며 어떤 제도를 새로 도입할 것인가. 수혜자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해결해 줌으로써 자립할 수 있게 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지금'한국형 복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 공동체', '정의로운 복지국가', '역동적 복지국가''서울형 그물망 복지''무한돌봄사업'등 갖가지 이름으로 복지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선택적 복지라는 차별적 용어를 쓸 수 없게 된 분위기이지만, 보편적 복지 대 선택적 복지라는 갈등구도는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2011년에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복지논쟁의 가닥을 잡고, 국가의 장래에 대한 진지한 걱정과 고려 속에서 복지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한 번 잘못 설계하면 뜯어 고치기 어렵다. 외국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틀을 만들어내는 합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흑백논리와 배타적 진영논리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복지에 관한 합의를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 사회통합과 성숙한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도 일정한 기여를 하기를 희망한다.
지난해 개최된 G20 서울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크게 높여 주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것만으로 사회가 성숙해지고 국격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관제(官製) 국격은 내실이 없으며 곧 철거될 가건물처럼 오래 가지도 않는다. 각종 갈등을 슬기롭게 관리하면서 명실이 상부한 공정사회를 지향하는 노력이 지속돼야만 한국은 세계에서 대접 받는 국가로 자리잡고, 한국인들은 책임 있고 성숙한 세계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두 번째 10년이 시작되는 해이다. 지나온 첫 10년으로부터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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