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한은행장에 '깜짝' 인사가 발탁됐다. 신한금융은 3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검찰기소 이후 자진사퇴한 이백순 전 행장의 후임으로 서진원(59ㆍ사진) 신한생명보험 사장을 선임했다.
이와 함께 신한생명사장에 권점주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데이타시스템에는 김형진 부행장, 신한 PE사장에는 양기석 신한PE전무를 각각 선임하고, 최방길 BNP파리바자산운용사장의 연임을 확정하는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확정했다.
이로써 신한은 경영진 내분사태 이후 4개월 가까이 계속된 분란을 매듭짓고,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후유증 수습에 들어가게 됐다.
예상 외의 카드
서 행장의 발탁은 신한 내부에서조차 '의외'로 받아들일 만큼 깜짝 인사였다. 잠재적 후보군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결코 유력한 후보는 아니었다. 자경위 개최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위성호 지주 부사장과 이휴원 신한투자금융 사장이 경합을 하는 구도였다.
하지만 자경위 3인 멤버인 류시열 지주 회장과 전성빈, 김병일 사외이사는 2시간의 난상토론 끝에 이들 유력후보를 제외하고 서 행장을 최종 선임했다. 서 행장 자신도 "선임 결과를 전화로 받을 때까지 전혀 예상 못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서 행장의 발탁은 안정과 화합을 위한 선택이라는 게 일반적 분석. 신한금융 관계자는 "유력 후보들이 특정 계파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서 행장은 상대적으로 중립적 인사라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한 내에선 차기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라응찬 전 회장의 개입설이 끊이질 않았고, 재일동포 사외이사들과 신한은행 노조도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음에도 '라응찬 사람'으로 분류됐던 위 부사장이 고배를 마신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이휴원 사장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란 점 때문에 오히려 감점요소가 됐다는 지적이다.
한 소식통은 "새 행장은 어차피 사태를 수습해 조직의 화합과 안정을 다지는 것이 최우선과제 일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라 전 회장이나 정권의 개입의혹을 촉발시킬 수 있는 인물들은 어차피 배제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파적 색채가 적고 중립성향인 서 행장에 대해선 은행내부에서도 평가가 우호적인 편이다. 특정인사 내정설에 강력 반발했던 은행 노조도 "나름대로 고심한 인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재일동포 주주들도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서 행장이 TK(경북 영천)-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와의 관계도 어느 정도 고려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진짜 관심은
이제 남은 것은 지주회장 인선이다. 모든 면에서 행장선임과는 차원이 다른 무거운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신한 이사회는 회장 후보군을 다음달 말까지 확정, 2월 말쯤 최종 낙점한다는 방침. 하지만 그 방향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선 행장이 내부에서 나온 만큼 회장은 외부에서 영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으며,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 관료출신들이 거론된다. 심지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까지도 언급되는 상황인데, 그만큼 인물난이 심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외부출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 금융계 소식통은 "무엇보다 재일동포 주주들을 잘 알고 그들이 OK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데 외부출신은 절대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권까지 갖게 된 재일동포들의 뜻에 반해 정부가 특정인사를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신한출신 OB만 남게 되는데, 그 대상에는 이인호 전 지주사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사장 등이 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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