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중국의 명실상부한 G2 부상이 국제사회 곳곳에서 목격된 한 해였다. 1년전 세계 경제규모는 미국 일본 중국 순이었다. 현재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으로 바뀌었다. 중국의 급부상은 정치지도자의 영향력에서 더욱 확연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2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아직 덩치 큰 '판다'에 불과한 듯했다. 그러나 올해 오바마 대통령은 부동의 1위 자리를 후 주석에게 내줘야 했다. 올해 중국의 부상이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올해 세계인들은 중국을 알기 위해 후 주석이 무슨 말을 할지에 귀 기울였고, 그의 표정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에 주목했다.
후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과 각종 현안에서 부딪혔다. 두 정상은 대만 무기판매, 구글 철수, 위안화 환율절상, 북한 제재, 남중국해 분쟁,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훈련 참가 등 국가 이익이 걸린 사안을 놓고 연초부터 최근까지 대립을 거듭했다. 후 주석은 이 과정에서도 '세계평화를 지지하는 동시에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고 대국으로 발전한다'는 2003년 이래 외교전략 화평굴기(和平崛起)를 내세웠다.
굴기한 후 주석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에게 올해는 고전의 시기였다. 집권 2년 차인 올해 실업률 9.8%가 말해주듯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다. 더블 딥 우려가 제기되자 2차 경기부양으로 6,000억달러를 푸는 조치를 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에 패하면서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줘, 집권 후반기 험로가 예상된다. 그가 부자감세 연장안에 공화당과 타협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역풍이 불었다. 2년전 '변화'를 내걸고 집권했으나 지금 그가 변화시킨 것은 미국이 아니라 그 자신이라는 비난에 처해 있다. 원유 400만배럴이 바다로 쏟아진 멕시코만 오일사태, 이민법 개정 실패, 중동평화 협상 난항, 아프가니스탄 전황 악화도 인기를 끌어내린 악재였다.
전략적 이해가 서로 다르고, 정치와 가치체계도 이질적인 양국 정상은 글로벌 현안에서 경쟁과 공조의 두 길을 함께 걷고 있다. 군사, 안보 분야에선 경쟁 관계이고 경제, 무역, 환경보호 등에선 공조하는 상황으로 압축된다. 미국은 경제성장을 앞세워 연 15%안팍의 군비를 증강하는 중국을 또 다른 위협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반면, 중국은 주변국들을 내세워 포위해오는 미국을 어느 때보다 경계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대립구도는 올해 북한의 잇단 도발과 센카쿠(尖閣)제도(중국명 釣魚島ㆍ댜오위다오) 분쟁 이후 보다 노골화했다. 그러나 양국은 경제적 의존도가 매우 높고, 또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양국이 화해모드를 취하고, 나아가 협력의 틀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다. 1월 19일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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