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영을 기억 하십니까. 그는 아직 널리 통하는 별명조차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누군지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31년만에 한국에서 가장 빨리 달린 남자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겼습니다. 바로 100m 한국신기록을 낸 주인공입니다.
2010년 대한민국 스포츠. 단군이래 최대의 성과를 낸 해로 역사에 기록 될 것이 분명합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에서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태극전사들의 낭보가 줄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가 당당히 한 축을 차지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비록 안방에서 열린 '동네 잔치'에 불과하지만 31년 동안 한국육상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100m 한국기록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총알질주의 주인공이 바로 10대 청년 김국영(19ㆍ안양시청)이었습니다.
혹시 모를 일 아닙니까. 김국영이 '찍은' 10초23이 또 다시 30여년 이상 철옹성처럼 버틸지….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지만 100m 한국기록의 주인공 이름을 바꾸는데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사실 김국영의 기록경신은 하늘이 도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트랙 육상경기는 풍속 제한을 받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록이 나왔더라도 뒷바람이 초속 2m이상 불었다면 인정받지 못합니다. 바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김국영이 등에 업은 뒷바람의 세기가 정확히 초속 2m에서 멈췄습니다. 만약 0.1m라도 더 불어 2.1m가 됐다면 기록은 취소됐다는 뜻입니다.
지난 6월7일 오전 10시. 예선 4조로 나선 김국영이 10초31을 찍었습니다. 1979년 멕시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나온 서말구의 한국 기록(10초34)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국영은 1시간30분 후 치른 준결승에서 다시 10초23을 기록하는 폭풍의 레이스로 하루에 두 차례나 한국기록을 갈아치운 것입니다.
에너지를 다 쏟아 부은탓일까요. 김국영은 이후 긴 슬럼프에 빠집니다. 미국 전지훈련도 다녀왔지만 전국체전, 아시안게임에서 뒷걸음질 쳤습니다. "내 자신에게 실망스럽다"는 김국영은 그러나 자신의 미니홈피에 '70세까지 달리고 싶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신묘년 재도약을 약속했습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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