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을 편드는 이유는 단언컨대 엇비슷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과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나라가 비슷하다니,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다. 중국으로서는 적잖이 불쾌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나라는 모두 독재국가라는 점에서 같다. 좀 거칠게 단순화하면 공산당 일당 독재이든, 왕조형 세습 독재이든, 독재이기는 매한가지다. 현재 독재를 하고 있다는 점도 닮았지만 우리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중이 독재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중의 톈안먼 사태와 북의 3대 세습 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국경을 맞댄 북중이 모두 정치권력의 교체나 정치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닫아 놓았다는 것은 이들이 서로의 변화도 결코 원치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북한의 민주화까지를 희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개혁개방 여부와는 별도로 공산주의 독재권력이 장악한 나라여야 '방패막이' 또는 '완충장치'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민주화한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에게는 재앙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중국의 지원과 뒷받침 없이 북한 정권이 더 이상 주민들의 기본권적 요구를 막아낼 방도는 없다. 이런 관점에선 북한 정권은 중국에 종속돼 있다.
어떤 체제이든 내부의 단속을 위해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독재체제에서는 그것이 유독 심하다. 중국 지도부는 끊임없이 '외래의 악마들'을 거론하면서 그들이 중국 내부를 약하게 하고 분열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배려나 반체제인사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은 중국에게는 대표적인 서방의 체제전복 음모일 뿐이다. 북한 정권에 있어서 미 제국주의는 역설적으로 생명줄이다. 핵무기 개발도 미제에 맞서기 위한 것이고 미제와 '남한 괴뢰정권'의 존재는 세습 독재를 정당화하고 언제든 북한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매우 정당한 이유들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북중 두 나라가 내세우고 있는 외부의 위협 주장 가운데 체제유지 목적에서 비롯된 것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1978년부터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선 중국은 2001년 당시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의 '지원'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의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비약적 성장을 이룩했다. 서방 전문가들의 평가이기는 하나 1990년대 이래 중국은 특히 서방과의 경제관계에서 득을 보았으면 보았지 손해를 입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경우는 어떤가.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세력균형적 조건 속에서 미국의, 또는 한미 연합군의 북한 침공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중러의 사전 동의를 얻거나, 제3차 세계대전을 각오하거나 하지 않고는 무력시위는 할 수 있을지언정 실제적 무력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새롭지도 않은 얘기를, 그것도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결국은 체제의 문제로 귀결됨을 말하고 싶어서다. 입장에 따라선 한미를 바라보는 시각도 북중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북중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선 우리의 체제가 압도적 우월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적 외부 위협이 있는데도 분열돼 있다.
고태성 국제부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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