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도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의 눈가리고 아웅식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은 30일 지난 6년간 지휘봉을 잡았던 선동열 감독이 4년 계약 기간을 남겨두고 있지만 스스로 퇴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이 강조한 점은 새로운 변화에 동참한 선 감독의‘용퇴’였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삼성답지 않은 구차한 이유를 들어 이미지만 구긴 셈이다. 프로스포츠에서 계약직인 감독을 해임하는 것은 구단의 책임과 몫이다. 계약기간이 남은 감독을 잘랐다고 해서 구단을 비난할 수도 없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은 감독이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는 삼성의 발표는 상식적으로 이해불가다. 그냥 솔직하게 팀 컬러 쇄신과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선 감독을 경질했다고 밝히는 게 더 옳다.
실제로 선 감독은 구단의 해임 발표 전날까지도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선 감독은 29일 친한 지인을 만나 내년 시즌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선 감독은 최근 담당 기자와의 송년회 자리에서도 “배영수가 돌아와서 든든하다. 내년 시즌 열심히 해보겠다”고 우승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번 선 감독의 경질을 우려의 눈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삼성은 ‘김응용-선동열 라인’이 출범하기 전까지 일부 사장들이 현장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충돌을 빚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말 당시 최대 라이벌이었던 해태 김응용 감독을 영입, ‘지역 감정’의 벽을 과감히 깨며 “역시 성과 제일주의를 앞세우는 초일류 기업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다시 김인 사장(대구고)-송삼봉 단장(대구 중앙상고)-류중일 감독(경북고)까지 모두 특정 지역 출신으로 채우며 ‘순혈주의’로 회귀했다. 과거 삼성이 그렇게 원하던 한국시리즈 우승 3차례는 모두 김응용-선동열 감독 체제에서 이뤄졌다.
선 감독의 전격 해임을 ‘용퇴’로 아름답게 포장한 삼성 구단의 이번 선택이 악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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