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시절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인 ‘학림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29년 만에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학림’은 숲(林)처럼 무성한 학생운동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뜻으로 당시 경찰이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정덕모)는 30일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7년4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24명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은 법원의 영장도 없이 체포돼 수사 과정에서 구타와 물ㆍ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 등 범죄사실을 자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 등을 살펴봐도 당시 전국민주학생연맹(전민학련)과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은 정부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결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 법이 폐지돼 효력을 잃었다”며 면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전두환 정권은 국가보안법을 악용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광범위하게 탄압하고 이 사건뿐 아니라 아람회 사건, 부림사건, 오송회 사건 등을 조작했다”며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가 범한 과오와 책무를 다하지 못한 재판부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전 장관 등은 1981년 6월 노동 및 학생운동 단체인 전민노련과 전민학련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이유로 치안본부(현 경찰청) 대공분실에 연행됐다. 이후 이들은 길게는 44일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온갖 고문과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결국 “국가를 전복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다”고 거짓 자백을 해 최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지난해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가 조작한 대표적 사례로 인정된다”며 국가의 사과와 재심을 권고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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