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고 스피드가 있는 축구, 밸런스(균형)가 잡힌 축구를 추구하겠습니다." 지난 28일 올 시즌 K리그 우승팀 FC서울의 신임 사령탑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고 하루만인 29일 일본에서 급히 귀국한 황보관(45) 감독. 이날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1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그는 한껏 들떠 있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통쾌한 중거리 슛을 터트려 '캐넌 슈터'라는 애칭이 붙은 황보 감독은 K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후 일본 오이타에서 지도자로 활약했다. 99년 오이타 코치를 시작으로 유소년 감독, 수석코치를 지냈으며 2005년과 올해 두 차례 감독을 역임했다.
황보 감독은 오랜 세월 동안 모국어 대신 일본어를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레 어눌한 말투가 묻어났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또박또박 말 속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정말 반갑다"며 운을 뗀 황보 감독은 "서울 감독을 맡게 돼 영광이다. 그 영광을 오늘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실질적으로 팀을 어떻게 이끌지 고민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그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즐겁게 해야 하고 서울도 흥이 나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재미있는 축구를 하겠다"며 "팀 운영은 하나가 돼야 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로 뛰는 지도자로서 현장에서 보여주고 싶은 축구 역시 스피드가 있고 균형이 잡힌 축구라는 것이었다.
"일본에서 지도자로 지낸 16년 동안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언제가 한번은 K리그에 쏟아 붓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기회가 왔다"는 황보 감독. 그러나 우승팀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꽤나 큰 부담이다. 당장 내년 시즌 성적이 걱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중압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축구 지도자라는 직업은 항상 현장에서 뛰고 성적에 따라서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소신껏 하다 보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 등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시간조차 없었을 정도로 촉박했지만, "영리한 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황보 감독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스피드'인 것 같다. 서울은 자원이 좋기 때문에 합숙훈련을 통해 팀을 잘 정비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구단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고의 더비인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 현역시절 함께 뛰다 이제 다른 벤치에 앉아 서로를 겨누게 될 옛 동료들과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즐겁고 기대된다"며 웃었다.
취임 기자회견에 배석한 정종수 FC서울 사장은 "감독과 코치진, 주전선수 등이 상당히 바뀌어 내년 시즌부터 서울은 신생팀이나 마찬가지다. 팀이 소통하고 발전하기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가 필요했는데 황보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감독 선임 이유를 밝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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