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적 입장을 취하지 마라, 지금이야말로 집단으로 목소리를 높여 요구할 때다.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미국 보수 유권자 운동단체 티파티(Tea Partyㆍ1773년 식민지 미국에 세금을 물린 데 반발한 보스톤 차 사건에서 유래) 운동의 주요 지도자 중 한명인 글렌 벡은 저서 서문에서 비장한 반항을 선포했다. 세금축소, 작은정부라는 단순하고도 명징한 목표 아래 뭉친 티파티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티파티는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해 미국 경기 부양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태동했다. 풀뿌리 정치운동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그러나 올해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변신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름부터 시작된 공화당의 예비경선에서 쟁쟁한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자신들의 지지 후보를 올렸으며, 실제 11월 2일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 40명, 상원의원 5명을 배출했다. 미 언론들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얻은 데 일등공신이 티파티라고 분석했다.
진짜 보수가 뭔지 보여주겠다는 티파티 의원들의 진출로 내년 미 의회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세입과 세출 금융감독 등을 다루는 핵심 상임위원회에 티파티의 지원을 받은 초선의원들이 대거 배치될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는 긴장하고 있다. 재정긴축, 자유시장 논리 등 티파티의 주요원칙을 고수하지 않을 경우 큰 코 다칠 줄 알라는 엄포도 해놓은 상황. 공화당 내부의 야당이 될 수도 있고, 티파티 세력이 당을 쪼개고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티파티는 최근 상원을 통과한 감세연장안에 극렬 반발하며 '오바마 대통령과 맺은 나쁜 밀실협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에 타협하지 않도록 날을 세워, 더욱 오른쪽으로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평범한 백인 중산층을 대변하는 티파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폐지, 인종차별, 낙태 전면금지 등 극단적인 면모를 띄고 있어 보수 층 내에서조차 우려를 보인다. 자질 부족 논란에 시달리는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 오바마 증오 캠페인을 벌이며 대중을 선동하는 벡 같은 인사들이 전면에 포진해 잦은 잡음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이들은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존경하는 인물' 부분에서 여성 2위, 남성 8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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