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외모가 아닌 헤어스타일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마리안 라프랑스 예일대 교수는 “사람들은 헤어스타일이 망가질 때 자존심도 잃고 사고도 덜 명석해지며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탈모남성들의 시름을 깊게 하는 연구결과다.
이런 탈모와 외모와의 상관관계는 취업과 결혼을 앞둔 젊은 남성에게 특히 민감하게 작용한다. 지난 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에 따르면, 20, 30대 젊은 층 탈모환자는 2001년 5만9,671명에서 2008년 8만960명으로 35.7%가 늘어났다.
탈모는 장애를 초래하는 등 신체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은 아니지만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피부과 질환인 것은 맞다. 특히 탈모는 단순히 신체적 증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사회ㆍ정신적 부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실 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젊은 탈모환자를 대상으로 탈모로 인한 심리적 변화를 묻는 질문에 90% 이상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었다고 밝힌 조사결과도 있다. 나아가 대인기피증(48.9%), 우울증(31.4%)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역설적인 사실은 머리카락이 빠져 정신적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데도 불구하고 탈모 치료에 대한 인식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조사 결과, 탈모환자 10명 중 9명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두부, 콩 등의 특정음식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탈모는 유전적 질환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도 20% 정도로 나타났다. 급증하는 탈모인구와는 반비례하는 탈모치료 상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탈모치료의 정석은 탈모가 상당히 진행돼 모낭이 소실될 경우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방법 밖에 없으므로 초기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법을 택하는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약으로는 국소발모도포제와 먹는 탈모치료제다. 이 가운데 먹는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국내에서 시판된 뒤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1건도 보고된 바 없을 정도로 안정성과 효능을 검증 받았다. 프로페시아를 먹은 환자 중 극히 일부에서 성기능 이상반응 사례가 보고됐지만,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으로 약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고 약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사라진다. 실제 약을 먹다가 성욕감퇴로 인해 중단한 경우는 1% 정도에 불과하다. 5년간 진행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0.6%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경우 탈모치료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오히려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환자도 여럿 보았다.
탈모환자를 지켜본 결과, 탈모치료로 인해 얻어지는 외모 자신감은 결국 사회적 관계까지도 긍정적으로 형성한다. 시도도 해 보지 않고 포기해서 얻는 것은 치료를 통해 얻어지는 이득에 비할 바가 아니다.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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