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인력 감축 및 전국 414개 사업장 '사업 재조정'을 추진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LH의 부채 규모는 6월말 현재 117조원이나 돼 하루 이자로만 100억원이 나간다. 전국적으로 벌여놓은 414개 지구의 사업을 모두 추진하면 연간 45조원의 사업비가 들고, 총부채도 2014년 254조원, 2018년에는 325조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그러니 내년도 임금의 10%를 반납하고 전체 인력의 4분의 1을 감축하는 정도의 자구노력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경영 정상화의 핵심은 지체 없는 사업 구조조정이 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타당성 검토도 없이 무분별하게 벌여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폐기ㆍ축소하는 경영합리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LH 정상화를 위해 1년 안에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권 및 지방자치단체의 압력과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약속을 어기더니, 이번에도 퇴출과 규모 축소 등 구체적인 사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정상화 방안에는 연간 사업비를 45조원에서 30조원 안팎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있지만, 사업 재조정 대상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LH 측은 "주민 및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지구별 조정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해 주민과 지자체,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계속 보려는 미봉책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LH의 국책사업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내용의 LH공사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해 자금 조달에 숨통은 트였지만, 천문학적인 빚더미에서 벗어나려면 사업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성과 서민 주거복지라는 공공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무리한 국책사업을 LH에 떠넘겨 부실을 심화시킨 뒤 혈세로 메워주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공기업의 사업 구조에 대해 근본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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