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강경 대치하던 대립국면이 조심스럽게 6자회담 재개 등 대화국면으로 선회하는 데에는 미국의 입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연평도 포격 사건과 한미의 해상 연합훈련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에 대응하지 않는 등 '성의'를 보이는 이 때가 긴장국면을 해소할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 한반도 위기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국면전환을 모색한 것에 대해선, 지난달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등 미 대표단이 방중, 고위급 미중 회담을 가진 것이 터닝포인트였다. 내달 미중 정상회담 의제 조율도 방중 목적이었지만, 이 자리에서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가감없이 전달됐다. 이에 대해선 중국이 협력하면 한반도 문제를 중국이 희망하는 대화기조로 옮길 수 있다는 미 측 기조를 은연 중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은 '조만간 6자회담 재개 없다'는 한국 입장을 일정 시기까지는 수용했지만 최근까지의 강경 입장 고수에는 비공식적으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9일 "미국으로부터 '강대강으로 부닥치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전달된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미국이 공격적 한국을 경계한다'는 기사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오면 스스로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미 행정부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연평도 사격훈련 전날 청와대를 방문, 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반도 국면전환에 적극 나선 것은 주요 이해당사자인 중국이 미국의 주문을 수용했다는 판단과 함께 우라늄농축으로 위기지수가 높아진 북핵 문제에 개입해야 할 필요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이 "미국은 중국의 특별한 역할을 인정한다"고 논평한 것이나,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이 "중국이 남북관계를 우선하는 미국 입장을 받아들였다"고 보도한 것 등은 미중 간 상당한 교감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은 6자회담 재개로 가는 국면전환의 또 다른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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