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29)씨는 최근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혈이 쏟아지듯이 늘어나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 지름 10㎝ 크기의 자궁근종이 원인이었다. 병원에서는 복강경 수술도 할 수 있지만, 자궁을 보존하려면 개복수술이 좋겠다고 권했다. 그러나, 아직 미혼인 이씨는 자궁수술도 부담스러운데, 배에 큰 상처까지 남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흉터가 남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자궁근종 수술 때 배꼽에 구멍만 하나 뚫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수술을 결심했다.
자궁근종, 자궁 보존하면서 흉터 없이 혹만 제거
서창석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씨의 자궁근종을 치료하기 위해 배꼽을 1.5㎝ 절개하고, 이 곳을 통해 복강 내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으로 수술을 시작했다.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면 복강이 부풀어 올라 원하는 위치에 수술기구를 넣을 수 있게 된다. 수술준비가 끝나자 서 교수는 기구를 넣기 위해 배를 추가로 절개하는 대신, 배꼽 절개창에 카메라와 복강경 수술기구 2개를 한꺼번에 넣었다.
이윽고 수술실 조명이 꺼지고 서 교수 앞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이씨의 자궁이 확대돼 선명히 비쳐졌다. 이 수술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는 복강경 기기를 한꺼번에 넣고 수술하므로 좁은 공간에서 다른 장기를 다치지 않고 얼마나 정교하게 수술하느냐가 관건이다. 서 교수는 능숙히 자궁근종을 잘라낸 뒤, 복강 내에서 잘게 갈아 배꼽 구멍으로 다시 꺼냈다. 수술은 1시간 30분 만에 끝났고 이씨는 수술 다음날 퇴원했다.
자궁근종은 우리나라 35세 이상 여성의 40~50%에서 생길 정도로 흔하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주기적으로 관찰하며 상황을 지켜본다. 그러나 월경과다나 심한 생리통 등으로 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계속 커진다면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자궁근종 수술은 자궁 전체를 적출하거나 자궁근종만 떼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수술이 어려워 복강경수술이 널리 보급된 최근까지도 자궁근종만 떼내는 근종절제술을 할 때에는 개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복강경 시술을 할 때에도 배꼽 외에 하복부에도 지름 1.5㎝의 구멍을 2~3개씩 뚫어야 하므로 흉터가 남는 것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배꼽에 구멍 한 개만 뚫어 흉터를 남기지 않는 단일 절개 자궁근종절제술이 등장해 각광을 받고 있다.
서 교수는 “배꼽은 움푹 들어가 있어 흉터가 잘 보이지 않으므로 단일절개 복강경 수술을 하면 수술 후 흉터가 남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정상 자궁을 적출하거나 손상하지 않고 근종만 제거하니 수술 부담도 훨씬 적다”고 말했다.
부인과 수술의 약 90%, 개복 없이 수술
단일 절개 자궁근종 절제술은 국내에 소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수술법은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단일 절개 복강경수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2003년 개원 때부터 대부분의 수술을 복강경이나 자궁경으로 시행해 온 경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0년 한 해 동안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 시행한 부인과 수술 1,625건 가운데 1,329건이 복강경이나 자궁경 수술이었다. 전체 수술 건수의 80%가 넘는 수치다. 나머지 20%의 수술도 질식 자궁적출술 등 복부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 수술이 대다수였다. 개복수술은 유착이 매우 심하거나 중기 이후의 암 수술 등 불가피할 때에만 시행했다. 수술 성적도 우수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한 복강경 전자궁적출술 1,041건을 분석한 결과, 주요 합병증 발생률이 0.6%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단일 절개 복강경수술을 2009년 처음 도입한 이래 자궁근종절제술을 비롯해 전자궁적출술, 난소낭종절제술, 난소절제술, 난관절제술, 자궁 외 임신수술 등 산부인과 수술의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230여 건의 수술을 이 방법으로 수술했고, 지난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부인과복강경학회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김용범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에게 흉터는 나이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부인과 수술에서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자궁암 수술에 단일 절개 복강경수술을 적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지만 자궁근종 등 양성질환에는 더 폭 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굴곡형 자궁경으로 정밀 진단
자궁 내부의 이상 여부를 정확히 검사하려면 자궁을 직접 들여다보는 자궁경검사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하지만 자궁경은 기구가 두꺼워 시술하기 전에 환자를 마취한 뒤 수술실에서 자궁경부를 확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치료를 위해서면 모를까 진단을 위해서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자궁 안의 이상을 검사하는 데 초음파를 주로 이용했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위내시경처럼 끝부분이 자유롭게 휘어지고 두께도 얇은 굴곡형 자궁경을 도입해 자궁 내를 검사하는 데 널리 쓰고 있다.
자궁경검사는 초음파보다 진단율과 진단 정확도가 훨씬 우수하다. 자궁 내 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궁경검사의 진단정확도(89.7%)가 초음파검사 정확도(84.8%)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에서는 초음파검사 후 자궁 내 이상이 의심되면 생리식염수 주입 초음파검사와 함께 굴곡형 자궁경검사를 통해 자궁 내 병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정렬 산부인과 교수는 “굴곡형 자궁경은 초음파로 발견하기 어려운 자궁 내 유착이나 자궁 내막용종과 같은 불임 원인을 확인할 수 있어 불임환자 진료에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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