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9일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6,600만원을 횡령하고 투모로 그룹 등에 438억원을 부당 대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으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자문료 3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횡령의 공범 의혹을 받았던 라응찬 전 회장은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전 사장은 행장 재직 시절인 2006~2007년 투모로 그룹 국일호 대표(구속기소)에게 거액의 대출을 해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출심사 서류가 위조됐고, 이를 근거로 대출이 승인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사장은 또 이 명예회장의 계좌개설신청서, 자문계약서를 위조한 뒤 계좌를 개설해 자문료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리고 계좌를 폐쇄하는 방법으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5억6,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신 전 사장이 재일동포 주주 2명으로부터 8억6,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행장은 2008년 2월 이 명예회장의 자문료 3억원을 횡령하고, 이듬해 4월 실권주 배당에 대한 대가로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행장이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외부 인사에게 전달할 현금 3억원을 가져오라고 했다"는 은행 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해 자금의 사용처를 조사했지만 이 행장이 3억원을 건네받은 사실조차 부인해 외부 인사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라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미 한 차례 대검 수사를 받았던 '차명계좌 50억원 비자금 의혹'을 포함한 모든 의혹에 대해 별다른 불법행위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전 사장이 횡령한 15억여원 가운데 2억원은 라 전 회장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됐고 이 행장은 '라 전 회장의 지시'라며 3억원을 횡령했지만, 라 전 회장이 이런 사실을 알았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이날 검찰조사 발표 직후 행장직에서 사퇴했다. 새 행장은 위성호(52)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30일 오전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차기 행장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행장은 위 부사장과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경합하고 있으나, 위 부사장이 유력한 상태라고 은행 내부관계자는 전했다.
신한금융은 자경위에서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곧바로 은행 주주총회를 열어 새 행장을 공식 승인할 계획이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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