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구제역 발생 농가와 인접한 강원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국도6호선 진입로는 완전 통제되고 있었다. 희뿌연 소독제가 살포되는 가운데 통제 사실을 몰랐던 운전자들은 차를 돌려야 했다. 28일 또다시 군 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 당국이 국도6호선을 아예 폐쇄한 것이다. 횡성읍에서 둔내면 평창군 홍천군으로 이어지는 지방도420호선의 차량 이동도 통제됐다.
군 관계자는 “게릴라 식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인근에 칡소 50여마리와 고능력 한우 400여마리를 보유한 도축산기술연구센터가 있어 이들 도로의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횡성읍 가담리 영영포리 등 한우 사육 농가가 몰려 있는 곳도 구제역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때문에 횡성읍내를 제외하면 군에서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마을은 극히 드물다. 사실상 육지 속의 섬이 된 셈이다. 가감리 주민 임모(36)씨는 “구제역이 발생한 뒤부터 열흘 넘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찜질방 신세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은 지역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 넣고 있다. 의심신고가 접수된 21일 이후 이 이지역에서는 농민들이 애지중지 기른 1,710마리의 한우가 살처분됐다. 여기에 가축 거래가 중단되면서 적정 출하 시기에 이른 한우를 팔지 못해 축산 농가의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횡성읍에서 한우를 키우는 강원형(38)씨는 “30개월령의 경우 출하 시기가 1개월만 늦어져도 소 값이 200만원까지 떨어진다”며 “앞으로 보름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지역 축산업이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우 고깃집들도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일부 업소는 이날 저녁시간이 다 되도록 단 1명의 손님도 받지 못했다. 우천면 새말휴게소 인근에서 한우전문점을 운영하는 송모(45)씨는 “구제역 발생한 이후 고기를 한 접시도 팔지 못한 날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횡성한우의 이미지 추락도 걱정이다. 횡성한우 브랜드 육을 유통하고 있는 고명재 군축협 조합장은 29일 “구제역으로 인해 10년 넘게 쌓아 놓은 횡성한우의 명성이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가축질병위기경보단계를 현재의 경계(Orange) 단계에서 최상위 단계인 심각(Red)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각 부처가 참여하는 통합 대응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구제역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구제역으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지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구제역은 24개 시군에서 60건이 발생했으며, 살처분 대상에 오른 가축 수는 2,236농가 52만4,000마리로 집계됐다.
횡성=박은성기자 esp7@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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