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목적의 감청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는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통신비밀보호법 6조7항이 헌법상 사생활 비밀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72) 의장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 대 2(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문제의 법 조항은 수사상 통신제한조치(감청)의 기간이 2개월을 넘지 않아야 하지만, 필요하면 2개월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연장 횟수는 제한하지 않고 있다.
헌재는 그러나 해당 법조항의 효력을 즉시 중지하면 수사목적상 정당한 감청의 연장까지 불가능해지는 법적 공백상태가 우려된다며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도록 허용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신제한조치의 기간 연장은 심사 절차가 있어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통신제한조치의 총 연장 기간이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최소침해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조대현 재판관은 “감청은 통신의 내용을 수색해 사생활의 비밀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영장에 의해 이뤄져야 함에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고 불복절차도 없는 데다 연장 횟수까지 제한하지 않아 적법한 절차에 의한 수색 원칙에 위반된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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