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기관 소유의 골프장 매각을 진행하면서 회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법정 싸움에서도 1, 2심이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황병하)는 뉴서울컨트리클럽 회원들을 대표해 황모(73)씨가 "매각 조건에 '기존 회원들의 권익을 승계하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라"며 예술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원고측은 "예술위가 연간 운영수익(약 50억원)에 비해 최저 입찰가(4,000억~4,500억원)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기 때문에 양수인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신규회원을 모집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기존 회원들은 권익을 침해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칙과 이용약관 등을 보면 회원들은 골프장 이용 권리는 있지만, 예술위의 재산 처분 과정에서 조건을 내세울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예술위와 회원이 매각조건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이 다른 이에게 팔릴 경우 새 주인과 기존 회원간에 신규회원 모집을 둘러싸고 법정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회원들의 요구사항 일부를 매각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예측 가능한 분쟁을 미리 막고, 기존 회원들이 법률상 지위나 권리 면에서 느끼고 있는 불안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위 소유인 뉴서울컨트리클럽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매각이 추진돼 왔지만 높은 인수가격과 회원들의 반발로 수 차례 매각이 불발됐다. 회원들은 매각반대를 위한 위원회를 결성, '뉴서울레저주식회사'를 세워 직접 인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가격 협상에 실패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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