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용부, 안산 외국근로자 지원센터 폐쇄 통보/ "이 추위에 정부가 외국인을 내쫓다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용부, 안산 외국근로자 지원센터 폐쇄 통보/ "이 추위에 정부가 외국인을 내쫓다니…"

입력
2010.12.28 07:54
0 0

성탄절을 앞둔 2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에머랄드 빌딩 3층에 위치한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 공문 한 장이 도착했다. ‘안산센터 내 외국인근로자쉼터는 26일까지, 나머지 시설은 31일까지 폐지하라’는 내용의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통보였다. 공단측은 ‘부대조건 불이행 및 약정위반, 운영시스템 개편’을 재위탁 불가 사유로 제시했다. 4년간 해왔던 사업을 열흘안에 접으라는 조치에 직원들과 쉼터에 머물던 외국인들은 아연실색했다. 상담사 노종남(39)씨는 “그 동안 단 한 마디 언질도 없다 갑자기 엄동설한에 문을 닫으라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28일 오후 안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안산센터 폐지 반대’를 적은 플래카드와 푯말이 센터 내부를 채웠다. 상담석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한쪽 탁자에선 외국인근로자들이 둘러 앉아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쉼터가 폐쇄되면서 이틀전 떠났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센터로 되돌아왔다.

다리를 다쳐 한달 간 쉼터에서 지냈던 조선족 김모(37)씨는 “몇 달 간 일을 못하고 있는데 이 추운 날씨에 쉼터마저 없어지니 답답하다”며 가슴을 쳤다. 수술을 받고 쉼터에서 요양 중이던 몽골인 알탄(28)씨도 “한국에 아는 사람이 없어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센터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알토란 같은 존재다.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안산센터가 처리한 외국인근로자 상담은 4만5,738건에 이르고, 쉼터를 이용한 외국인들도 8,000명을 넘는다. 합법적으로 입국했지만 산업재해를 당해 일을 못하거나 사업장 이동기간에 갈 곳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안산에는 종교단체 등이 운영하는 쉼터가 몇 군데 있지만 공공쉼터는 안산센터가 유일하다. 센터에서 연간 해결하는 외국인근로자 체불임금 규모만 10억 여원에 달할 정도다.

안산센터 폐지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만 고용부는 요지부동이다. 1억원 상당의 방송장비를 구입한 뒤 사용하지 않았고, 위탁운영 재단이 제3자에게 운영을 맡겨 약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사업과 중복되는 측면도 있어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산센터 규모를 줄여 운영하든가, 전국의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콜센터 설립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산센터 측은 법적으로 라디오사업이 승인되지 않아 방송장비 활용이 불가능했고, 제3자 운영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센터 직원들은 내ㆍ외국인을 상대로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산업인력공단엔 재심의를 요청하는 등 센터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영선(50) 안산센터 상담팀장은 “센터 폐지는 4년간 축적한 전문성과 소중한 경험 등을 그냥 버리는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안산=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