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 했어요. 평소 대원들이 열심히 훈련해준 덕분에 인명을 모두 구조할 수 있어 너무 뿌듯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일촉즉발 생사의 갈림길에 선 15명의 목숨을 구한 목포해경 소속 3009 경비함 함장 김문홍(52) 경정은 27일 "가장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하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대원들간의 팀워크, 함정의 우수한 성능,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경을 믿어준 승객들이 3박자를 이뤄 드라마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26일 오전 10시15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8마일 해상에서 침몰하던 목포선적 495톤급 화물선 항로페리 2호(선장 김상용)에 타고 있던 15명의 승객을 모두 구했다. 이 배에는 방학을 했지만 기상악화로 발이 묶였던 가거도중학교 교사 6명과 학생 1명, 화물차 운전자 4명, 선원 3명이 타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와 4m 이상의 높은 파도로 자칫 대형 참사가 될 뻔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인근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감시하던 3009 경비함 대원들의 신속하고 차분한 대응 덕이었다.
김 함장은 "오전 9시20분쯤 구조 요청을 받고 화물선 선장에게 '승객 모두에게 구명의를 입히고 기다려 달라'고 안심시킨 뒤 전속력으로 현장에 도착하니 선체는 60도 가까이 기울었고, 일부 승객이 바다로 뛰어내리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5분만 늦었어도 큰 일 날 뻔했다"며 "'태풍이 몰아쳐도 국민이 부르면 출동한다'는 구호 아래 전 승조원이 항상 긴장 속에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2006년 불법 조업을 한 중국어선 110척을 나포하는 대기록을 세운 김 함장은 올 2월 국내 첫 하이브리드함인 3009함 함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48척의 중국어선을 나포, '중국 어선 킬러'라는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김 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 김 총리는 "3009함의 구조 활동은 연말에 국민의 마음을 따뜻한 희망으로 채워줬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목포해경 홈페이지와 인터넷에도 격려의 글이 넘쳤다. 해군 출신의 한 네티즌은 "힘든 상황에서도 15명이나 되는 사람을 구조했다는 건 평소 훈련이 잘 이뤄졌다는 방증"이라고 칭찬했다. 경기 안성의 한 시민은 "당신들이 진정한 경찰"이라고 대원들을 격려했고, 이창현 씨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바로 당신들"이라고 칭찬했다.
김 함장은 그러나 모든 공을 부하들에게 돌렸다. 그는 "여경 3명을 포함해 44명의 경찰관과 11명의 전경 등 승조원 모두가 나를 믿고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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