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CNN 방송 회견에서 “확실히 다음달은 아니다. 수용소 폐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행정부 고위관계자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기브스 대변인은 “법률적, 입법적 난관”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적 전투원’이라는 이름으로 구금된 테러리스트 용의자가 174명 있으나, 이들에 대한 재판이나 3국 이송이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중 3명만이 재판을 통해 유죄가 입증됐고, 수십명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테러 위험 때문에 어느 나라도 이들을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있고, 미 의회도 용의자들을 미국땅으로 이송하는 것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의회는 최근 용의자를 다른 수용소로 옮기거나, 미국 혹은 다른 국가로 이송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방부 예산안을 승인했다. 특히 내년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이 관타나모 폐쇄에 더욱 강경한 입장이어서 공화당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오바마 대통령 집권 동안 수용소가 폐쇄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관타나모 용의자를 무기한 수용하는 것을 묵인하고 대신 이들에게 사법적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회견에서 용의자들에 대한 구금을 공식화하면서 이들이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자행한 대표적인 인권유린의 상징이라고 비난하면서 집권 1년 내 이를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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