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성스캔들과 부패 의혹을 달고 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4ㆍ사진) 이탈리아 총리는 한 국가의 정상이라기보다 포주라고 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전문은 그에 대해 “밤에 파티하느라 체력이 부족하다”“현대 유럽 국가의 정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혹평했을 정도다.
이런 그가 지난 14일 하원 불신임투표에서 3표 차이로 총리직을 유지하자 로마에서 10만명이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세계 언론들은 당황하면서도 그 이유를 찾느라 분주했다. ▦언론재벌출신으로 이탈리아 주요언론들 상당수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투표 직전 야당의원들을 매수하고 각료자리를 제안했다는 점, ▦이탈리아 국민들은 마초문화가 강해 스캔들에 관대하다는 점 등의 해석들이 분분했다.
하지만 과연 그뿐 일까. 프랑스 정치학자 라첼 마르스뎅은 지난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베를루스코니는 무릎 위에 젊은 여자들을 앉혀놓고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총선에 나서더라도 이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을 들여다보면 그 보다 ‘덜 나쁜’사람은 찾기 어렵고, 야당은 대안부재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공공부분 임금동결 등 향후 2년간 250억유로의 긴축을 계획하고 부유층의 탈세를 엄격히 추징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야당은 말로는 반대를 하지만 긴축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국민들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 같은 재정긴축 상황에서 좌파 세력들의 호소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베를루스코니의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하지만, 더 나은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은 이탈리아 정치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이다.
베를루스코니도 자신이 잘해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것 같다. 그는 최근 “여당의 다수 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내년 1월에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임기를 마치게 되더라도 2013년 총선에서 총리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단 한숨 돌린 베를루스코니지만 2011년에도 아슬아슬한 권력 지키기가 성공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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