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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류보호協파주 지회장 한갑수씨 "우리나라 오는 독수리들 온순, 떼죽음 때만 반짝 관심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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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류보호協파주 지회장 한갑수씨 "우리나라 오는 독수리들 온순, 떼죽음 때만 반짝 관심 아쉬워"

입력
2010.12.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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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의 조류방사장인 '다친새들의쉼터'. 한갑수(56) (사)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 지회장의 눈길이 높이가 7m나 되는 거대한 새장 안의 독수리 한 마리에 고정됐다.

3m나 되는 긴 날개를 퍼덕이는 다른 독수리들과 달리 날개를 접은 채 땅에서 기우뚱거리고 있었다. 활개치는 독수리 10여 마리를 뚫고 새장 안으로 들어간 한 회장은 녀석을 붙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그는 "얼마 전 몽골에서 날아왔는데 아마 그쪽에서 못된 짓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수리 발목에는 오토바이 브레이크에 사용되는 부품이 족쇄처럼 채워져 있었다.

최근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독수리가 농약 중독으로 집단 폐사하면서 독수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독수리 떼죽음은 독극물로 29마리가 죽은 1997년과 감전으로 18마리가 목숨을 잃은 2004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다. 한 회장은 이런 독수리 집단 폐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가장 먼저 구조의 손길을 내민 인물이다.

한 회장과 독수리의 인연은 1997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리 밭에서 월동 중인 독수리 80여 마리를 발견해 당국에 신고한 것이 첫 만남이었다. '야생동물 먹이주기'라는 말조차 드물던 시절부터 자비로 고기를 사서 독수리 밥을 챙겼다. 그는 "아버지가 아프시고, 집은 가난해 학교도 잘 다니지 못한 성장기를 겪었다"며 "먹이를 찾아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어린 독수리들의 처지가 남 같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챙기다 보니 독수리들도 그를 알아보는 눈치다. 독수리 중에는 몇 년째 마주치는 녀석들도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독수리들은 살아있는 생물을 건드리지 않고, 성격도 온순하다.

한 회장은 "독수리들은 특히 후각이 발달해 자신을 안아서 구조해 준 사람 냄새를 기억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냄새를 지키기 위해 그는 독수리 구조활동 때 입는 재킷은 한 달 정도 빨지 않는다. 1997년부터 끼던 가죽장갑은 독수리 냄새가 진하게 밴 그만의 보물이다.

올해 겨울 농약에 중독됐다 살아남은 독수리 10여 마리는 쉼터의 새장 안에서 재활 중이다. 차츰 먹는 양도 늘고, 날갯짓에도 힘이 들어가고 있다. 녀석들을 바라보는 한 회장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번졌다. "다시 살아나 다행이지만 독극물 사건 때도 그랬고, 감전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짝 관심이 쏠리는 건 그 때뿐이었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허탈하게 내뱉는 한 회장의 머리 위 창공에서는 독수리 한 마리가 유유히 포물선을 그리고 있었다.

글·사진=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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