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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원자재發 인플레 우려… 물가안정이냐 수출이냐 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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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원자재發 인플레 우려… 물가안정이냐 수출이냐 정책 딜레마

입력
2010.12.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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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원자재값 고공행진… 내년 경제운용 초비상

"내년에도 원자재 랠리는 계속된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들이 내년에 투자를 권장하는 자산을 보면 원자재는 빠짐 없이 들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이른바 '추가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달러화를 찍어대니 인플레이션이 올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원자재가 가장 좋은 투자처라는 얘기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가 '더블 딥'에 빠질 수도 있고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연준이 추가 양적 완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런데 막상 연준이 국채 매입을 시작하니,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을 대비해 원자재를 사라고 부추기는 것. 결국 투자은행들이 선진국의 '과잉 유동성'을 부추기고 그렇게 만들어진 싼 값의 돈을 원자재 시장에 투기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최근 분위기는 미국의 소매지표 등이 예상보다 호전되면서 내년 미국 경기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유럽재정위기악화나 미국 더블 딥, 중국의 강한 긴축 등이 현실화된다면 가격은 하락세로 반전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및 연구기관들 분석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원자재가격이 급락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펀드 운영회사, 즉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사실상 사재기를 통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런던금속거래소(LME)는 한 투자회사가 LME 구리 재고의 80~90%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거래소에 등록된 구리 재고의 절반에 달하며 그 가치는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다. 시장에서는 '구리 사재기'의 주범을 구리 상장지수펀드(ETF)를 준비 중인 JP모건으로 보고 있다. 하나의 투기세력이 전 세계 구리 재고 절반에 육박하는 물량을 독점하고 있으니, 경기 호전으로 실수요자가 조금이라도 늘면 구리 가격은 급등할 수밖에 없다.

다른 비철금속에서도 비슷한 투기세력의 사재기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LME의 알루미늄 시장에서는 한 거래자가 거래소 전체 재고의 90%에 달하는 양을 장악하고 있으며 니켈과 아연, 알루미늄합금 시장에서는 한 트레이더가 50~80%를, 주석 시장에서는 한 업체가 40~50%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수요자가 아닌 금속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기성향의 자금이 원자재 펀드로 들어오고, 이 펀드가 사실상 가격 결정권을 가질 정도로 많은 재고를 확보해 전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투기 세력이 '과잉유동성'과 '사재기를 통한 독점적 가격결정권'으로 원자재값을 올려 놓으면, 실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원화 절상(환율하락)을 용인해야 하는데, 내년 경기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정책을 이런 식으로 끌고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내적으론 이미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예기치 못한 이상기후(배추대란)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은 내년 물가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도 "내년 선진국 저금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면서 "국내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원화 절상을 용인해야 하지만 이 경우 수출에 부정적이므로 내년에는 정부가 물가안정과 수출여건 등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금리 및 환율정책을 적절히 조합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 유독 두바이유 강세 왜

최근 원유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 3대 유종(油種)의 가격 평준화다. 특히 두바이유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원유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통 서부텍사스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비슷하고, 두바이유는 이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유는 ▦WTI가 두바이유에 비해 유황함량이 적은 질 좋은 경질유(輕質油)라는 점 ▦그리고 WTI가 해상운송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산지에서 주 소비지(북미)로 운반할 수 있다는 점 등.

두 유종 간 가격 격차가 가장 심했던 것은 2004년으로, 당시 WTI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41.5달러였으나 두바이유는 80% 수준인 33.7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가격차는 배럴당 5달러 내외로 좁혀졌고, 2007년4월에는 일시적이나마 두바이유 가격이 WTI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두 유종 모두 평균 가격이 61.9달러였고, 브렌트유(61.7달러)가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원유의 질이 별로 좋지도 않은 두바이유가 이처럼 가격이 특히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중동국가가 중심이 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정책이 2008년말 이후 계속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 원인이다. 24일에도 OPEC 각료회에 참석한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최근 국제 유가의 급격한 상승 추세에도 불구, "내년 6월 이전에 OPEC이 증산을 위한 별도 회의를 열 필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수요 측면에서는 두바이유의 주 소비지인 동북아시아 경제가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석유수요 증가분의 30~4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여전히 중동산 수입 비중이 높다는 점이 두바이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라며 "최근 세계경제 회복에 따라 실물 수요가 늘어난 것도 현물만 취급하는 두바이유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 "中, 본격 금리인상 주기 진입"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25일 밤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 (CPI) 상승률이 28개월래 최고 수준인 5.1%에 달하는 등 인플레로 경제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자 중국 금융당국이 통화 긴축 조치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부터 기준금리 성격인 1년 만기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고 25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 10월 19일 이후 2개월 만에 단행된 이번 금리 인상 조치로 중국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2.50%에서 2.75%로, 대출금리는 5.56%에서 5.81%로 상향된다.

전문가와 외신들은 중국이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되도록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해오던 정책방향을 포기한 것으로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중국이 인플레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지금까지 시행해온 신용할당이나 인위적 물가통제 등 '대(對) 인플레 무기'들이 전혀 소용이 없었음을 시인한 셈이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2011년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의 목표였던 '인플레 3%' 수준을 크게 웃도는 소비자 물가 상승 추이가 새해엔 6%대로 치솟을 게 분명해 보이는 만큼, 어차피 고삐를 바짝 당긴 통화 긴축 조치에 더 큰 추진력을 가할 것이란 얘기다. 루정웨이(魯政委) 중국 흥업증권 분석가는 "이번 금리 인상은 내년에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풀이했다. 옌징(燕京)화교대학의 화성(華生) 교수는 "본격적 금리 인상 주기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며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을 복합적으로 사용, 인플레에 대응할 것임을 추정케 한다"고 밝혔다.

인플레를 잡는데 있어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직접적 대응이 지준율 인상 등 비교적 소극적인 긴축카드보다 효과가 강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왕칭 모건 스탠리 중화권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내년 상반기 중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상이 세 차례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 26일 국영 라디오에서 "정부는 소비품 및 주택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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