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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찰관들 애환 담은 수기집 '지구대·파출소 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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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찰관들 애환 담은 수기집 '지구대·파출소 25시'

입력
2010.12.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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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저한테 주어진 책임은 다 해야죠." 술에 취한 폭행 피의자를 제압하다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은 경북 경주 양남파출소 오동익 경장(39)은 26일 경찰청이 발간한 지역 경찰관 수기집 <지구대ㆍ파출소 25시> 에 '다쳐도 경찰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파출소가 나의 자리"라는 그는 '내근직으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위 권유도 뿌리치고 파출소에 남았다.

오 경장이 부상을 입은 것은 2005년 7월 9일. 경주에서도 관내에 술집과 노래방이 많은 황성파출소에서 일할 때다.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지역경찰관이란 직업을 접어야 했을지도 모를 그 때를 오 경장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만난 피의자 김모(당시 26)씨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로 인사불성이었다. 순찰차로 파출소에 데려왔으나 김씨의 행패는 극에 달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고 동료 경찰관의 목을 두 손으로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 체중을 실어 김씨의 몸을 누르면서 수갑을 채우려는 찰라 '뚝' 소리가 나면서 오 경장의 오른쪽 무릎이 안쪽으로 꺾였다. 간신히 수갑을 채웠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사건을 마무리하고 인근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그에게 청천병력이었다. 의사는 "십자인대가 완전히 끊어졌고, 내측인대도 3분의 2가 찢어졌다"며 "수술해도 정상적인 생활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그에게는 세 살, 한 살 아들 둘과 아내가 있었다. 오 경장의 어머니는 "너를 보면 심정이 상한다"며 한 달 넘게 병원에도 오지 않았다.

병원 입원만 두 달. 다행히 수술이 잘 돼서 퇴원할 때는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남은 휴직기간은 고작 4개월.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 경장은 이를 악물었다. 매일 조금씩 걷는 속도를 빠르게 했고, 1년이 지나서는 뛰어 다녔다.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체계적인 재활훈련을 받은 운동선수와 거의 비슷한 회복 속도"라며 "대단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경찰관이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허허'하고 웃어 넘기는 오 경장이지만 다시 부상을 입는 것은 두렵다. 그는 "또 이런 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피의자의 인권도 물론 보호돼야 하지만 공권력도 그에 못지 않게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찰청이 펴낸 수기집에는 절도범을 쫓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끝까지 추격해 검거에 성공한 인천 남부경찰서 도화지구대 연현희 순경,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을 두 번이나 구한 울산남부경찰서 신정지구대 김원경 경장 등 경찰관들의 애환을 담은 글 26편이 실렸다. 경찰청은 수기집을 일선 경찰관서에 비치할 계획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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