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무 화이팅!"(곽광훈 금호석유화학 고무연구팀 부장)
지난 해 미프로골프협회(PGA)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 선수가 우승 퍼팅을 성공시킨 후 공을 들어올리자 금호석유화학 연구소 직원들은 색다른 환호성을 질렀다. 양 선수가 사용한 골프공에 이 회사에서 개발한 네오디뮴 부타디엔 고무(NdBR)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NdBR은 입자가 입체적인 규칙성을 갖는 특성을 지녀 골프공의 탄성과 회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고무는 타이어, 신발, 각종 산업용 벨트에서부터 냉장고, 세탁기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다. 특히 합성고무 중 쓰임새가 큰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BR)는 세계 1위(점유율 9%, 약48억1,00만톤 생산)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타디엔 고무(BR)도 세계 3위 생산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경쟁력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품질에 있어 불량률이 업계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1~4.3 수준에 불과하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모두 업체 평균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85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SBR과 BR은 수십여 가지에 이르는 전체 합성고무 소비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금호석유화학은 범용 합성고무의 세계 최강자라 할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세계 일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21일 이 회사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전 중앙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는 크게 주력인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부문, 라텍스 등을 연구하는 응용, 미래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합성고무를 연구하는 고무연구팀의 실험실에 들어가 봤다. 연구원들은 이날도 계속 특수 현미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선행 연구중인 합성고무의 분자 특성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쓰는 합성고무는 부타디엔, 스티렌 등을 기반으로 각종 촉매제를 넣어 만들어진다. 그 비율과 제조 공정에 따라 잘 끊어지지 않는 성질, 혹은 마모가 되지 않는 성질, 마찰열이 덜 생기는 성질 등 다양한 특성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연구팀이 촉매 및 제조과정의 조합에 따라 실험적으로 만든 합성고무는 반드시 이곳을 거쳐 상품화 가능성을 검증 받게 된다.
이승훤 선임연구원은 "10년 넘게 현미경을 보고 있지만 고무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며 "최근에는 업체마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첨단 타이어용 고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BR과 SBR의 70%는 타이어 제조에 쓰인다. 그런데 최근 선진 각국마다 연료 절감과 친환경이 화두가 되면서 마찰을 덜 받아 연료효율을 높이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타이어 생산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유럽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에너지 효율, 젖은 노면 접지력(wet grip), 소음 정도 등을 기준으로 타이어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BR과 SBR보다 뛰어난 특성을 갖는 새로운 고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 분야에서도 독일, 일본 업체와 함께 세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차세대 합성고무로 불리는 솔루션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과 NdBR에서도 이미 상업화에 성공했다. 독자적인 촉매기술을 갖기 위해 그 동안 200여명의 연구원이 매달려온 결과다.
고영훈 고무연구부문장(상무)은 "우리 회사는 생산시설에서 세계 톱3에 랭크될 정도여서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차세대 친환경 고무산업에서도 월드베스트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 김승수 소장 "고무산업 60년 만에 대변혁… 첨단 소재 개발 전력"
김승수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장(사진ㆍ전무)은 이학 박사 취득 후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분야에서 25년 이상 연구개발의 외길을 걸어 왔다. 김 소장은 "현재 고무산업은 50, 60년 만의 대변혁을 맞고 있다"며 "이제 첨단 고무를 개발해 내지 못하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고무 산업은 세계 1, 2차 대전을 계기로 발전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천연고무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독일 일본 미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합성고무 산업을 장려하면서 발전했다. 하지만 미국이 합성고무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 별 변화가 없었다. 질적 변화 없이 양적 성장만 있었다. 이 때문에 고무산업은 한때 첨단 산업에서 이제는 대표적인 굴뚝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 고무 제품인 타이어가 높은 연료 효율 특성을 갖는 첨단 소재로 바뀌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이에 따라 차세대 합성고무로 주목 받고 있는 SSBR과 NdBR로 세계시장 정복을 준비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차세대 이후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와 궁합이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폴리우레탄을 응용한 타이어도 연구 중이다. 연비가 기존 것보다 40%까지 높아질 것 이라는 게 김소장의 설명이다. 폴리우레탄은 마찰력이 적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찰력이 적으면 잘 미끄러져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모순에 대해 김소장은 "이미 해결책을 찾아 실험 중"이라며 "한발이 아니라 두발 앞서 나가야 세계 일류가 되는 것 아니냐"고 웃어 보였다.
■ 현대중공업 31개… 세계 일류상품 최다 보유
우리나라 기업 중 정부가 인증하는 세계 일류상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은 어디일까. 첨단 가전업체일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과 달리 정답은 다소 무거운 이미지의 현대중공업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0 세계일류상품 현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모두 31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해 15개의 LG화학과 13개의 삼성전자를 크게 앞섰다. 현대중공업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그 만큼 조선업이 첨단 기술산업으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또 현대중공업의 사업다각화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지식경제부가 처음 세계일류상품을 선정한 2001년 컨테이너선 등 선박 부문에서 처음으로 일류상품을 등록했고, 이듬해에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과 LNG운반선을 일류상품 목록에 추가했다. 이후에도 조선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답게 선박 관련 첨단기술들을 두루 신고했다. 또 굴삭기와 휠로더, 자동차 차체 제조용 로봇 등 선박 이외 품목에서도 일류상품을 배출해 냈다.
현대중공업의 31개 일류상품들은 특히 한번도 그 지위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세계일류상품이라는 타이틀은 '세계시장점유율 5% 이상 및 5위 이내'라는 조건을 만족하면서 '연간 세계시장규모 5,000만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수출규모 500만달러 이상'인 제품에 부여되는데 현대중공업의 제품들은 길게는 9년 동안 매년 이 조건을 충족해 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도 145kV 가스절연개폐기와 선박용 냉동 컨테이너 전력공급반을 새로 일류상품 목록에 추가했고, 일류상품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굴삭기, 하이브리드 경비함 등 신제품들을 대거 만들어냈다.
현대중공업이 이처럼 뛰어난 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불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에도 연구개발비를 전년보다 크게 늘렸을 정도로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6개 사업본부에 1,000여명의 기술개발 전담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기술개발본부 및 본부 산하 4개 연구소에 600여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두고 있다. 기능장 숫자도 업계 최다인 671명에 이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력과 풍력발전, 태양전지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조만간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일류상품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12년 세계일류상품 숫자를 39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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