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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MB의 속도전과 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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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MB의 속도전과 소걸음

입력
2010.12.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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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릴 때 최선의 선택은 현명한 결정을 하는 것이고, 최악의 선택은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해 한 얘기다. 요동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수많은 결단을 해야 했던 루스벨트의 말이어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적절한 속도로 올바른 결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국정운영에서는 '적정 속도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덕목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속도가 적절한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속도가 너무 빠르다" "제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등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 대통령은 여러 갈래의 주행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그 중에서 과속 주행과 지나친 저속 주행이다. 특히 인사 문제에서 지나치게 장고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권익위원장은 이재오 전 위원장(현재 특임장관)이 7월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그만둔 지 6개월째 공석 상태로 있다. 감사원장은 김황식 전 원장이 총리로 자리를 옮긴 뒤 3개월째 빈 자리로 남아 있다. 지난 8월 개각 때 지명된 장관후보자가 낙마하는 바람에 퇴임예정 장관이 계속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나 지식경제부의 새 장관 인선 작업도 넉 달째 표류하고 있다. 때문에 '소걸음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했으니 시간을 두고 적임자를 고르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취임 초 이른바'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내각'이란 비판을 들은데다 8∙8개각 때 총리후보자와 장관후보자 등이 대거 낙마했으니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자리에 대한 인사가 마냥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서는 '속도전'도 자주 볼 수 있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이나 요즘 추진하는 4대강 사업 등에서는 속전속결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

각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새해를 맞기 전에 끝내는 것은 이 대통령만의 특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이 연초에 보고를 받던 것과는 다르다.

이번에도 지난 14일 보고를 받기 시작한 이 대통령은 29일 국방부를 끝으로 모든 부처 업무보고 청취를 마무리한다. 연말에 모든 보고를 끝내야 새해 들어 곧바로 업무를 개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를 앞당긴 것이다. 또 연말에 보고를 끝내야 각 부처가 상반기에 예산 집행을 많이 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스피드형 국정운영은 취임 첫해 닥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비상시 국정운영에서는 속도전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비상체제를 계속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절차가 진행되고 시간이 흐르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다. 서둘러 진행된 쇠고기 수입 협상이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결과뿐 아니라 절차와 숙성 과정도 매우 소중하다. 특히 집권 4년 차에는 적정 속도와 좌우를 둘러보는 여유가 더욱 필요하다. 실수를 줄이고 측근들의 과오와 비리를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새해를 맞으면서 국정운영의 '시(時) 테크'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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