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아이티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 대한 해외 입양이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진 후 반짝 높아진 아이티 고아 입양 열기가 복잡한 서류 작업과 입양을 원하는 국가에서 시민권 부여 문제가 겹치면서 주춤했으나 12월 들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아이티 고아들의 미국 입양은 올해 들어 평년에 3배에 육박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이달 초 미국 의회가 보통 2년에 걸쳐 진행되는 입양 아이들에 대한 시민권 부여 과정을 간소화한 영향이 크다. 프랑스 역시 최근 아이티 고아 300여명에 대한 입양을 허가했으며,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입양을 속속 허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아이티 고아들의 입양을 추진하는 단체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많은 입양 단체를 대표하는 국제어린이서비스(ICS) 관계자는 AP 통신에 "보통 10가구에 입양했던 것이 최근 50가구에 이른다"며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입양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입양은 그의 말대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이티 고아들의 미국 입양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04년으로 355명이었다. 반면 올해 미국에 입양된 아이티 어린이는 1,150명에 달한다.
문제는 속도감이 붙은 입양 속도만큼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다. 킴 배츠 입양단체 베다니 어린이 서비스 관계자는 "너무 빠른 환경 변화는 지진으로부터 만들어진 정신적 충격(트라우마) 위에 또 다른 충격층을 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지진 이후 자선단체 관계자가 아이 1명당 100달러에 거래하는 행위 등이 적발된 바 있듯 '입양 산업'에 대한 여전한 의혹도 입양의 순수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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