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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웃습니다" 한파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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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웃습니다" 한파의 경제학

입력
2010.12.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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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의 강추위는 경제에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당장 코트 등 방한 용품의 매출이 올라가지만, 너무 추우면 외출 자제로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법. 때문에 추위와 경제의 함수관계는 생각만큼 그리 간단치 않다.

일단 이번 혹한으로 인한 크리스마스 경기의 대차대조표만 살펴보면 발열내의 등 '스마트 의류'를 앞세운 유통업체는 웃었고, 스키장 등 리조트 업체들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추울지, 또 강추위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에 따라 업종별 손익 그래프는 크게 엇갈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른 한파가 닥친 지난 11월 겨울 코트를 구입한 회사원 김아영(31)씨는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인 26일 또다시 거위털 패딩 코트를 장만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외출에 나섰다가 '30년 만의 강추위'에 떨어야 했던 김씨는 "앞으로도 이런 추위에 폭설까지 더 이어지리라는 예보가 있어 방한복을 추가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서운 한겨울 추위로 화재 발생과 수도계량기 동파 피해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모피 코트를 비롯한 겨울의류와 난방용품 판매가 크게 늘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가 신이 났다. 추울수록 잘 팔리는 이른바 '한파의 경제학' 덕분이다.

27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전형적인 한겨울 날씨와 강추위가 찾아온 1일부터 26일까지 전년 대비 매출은 24% 늘었다. 이른 추위로 매출이 순조로웠던 11월과 비교해도 3% 가량 오른 수치로, 한파경보가 내려진 24일부터 26일까지의 판매 증가율은 27%에 달했다. 매출 신장을 주도한 품목은 전년 대비 31% 늘어난 여성의류로, 그 중 모피 판매는 35% 증가했다.

롯데백화점도 1일부터 26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1% 뛰었다. 특히 자체적으로 열을 내는 '발열의류'와 패딩 점퍼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는 아웃도어(57.8%)와 스포츠 상품군(37.6%)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낮 기온도 영하 5도를 밑돌았던 24일부터 26일까지의 판매 신장률은 33.1%로 12월 평균보다 높았다. 이 기간의 모피, 란제리류의 판매 신장률은 42.1%에 이르렀다.

이번 한파로 의류업계에서는 기모 안감 청바지, 발열내의 등 이른바 '스마트 의류'가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옥션에서는 기모 안감을 사용해 보온성을 더한 기모 청바지가 최근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기모 청바지의 인기로 1일부터 26일까지 청바지 판매가 30% 이상 늘었다.

전통적인 속옷 업체는 물론 패션업체까지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발열내의도 큰 인기다. "겨울 내복은 추위에 판매량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템으로 날씨가 춥다는 예보가 있는 날이나 실제 체감 온도가 낮은 날은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판매량이 40%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게 김진복 비비안 상품기획팀 부장의 설명이다.

내년 1월에도 강추위가 계속되리라는 예보와 함께 유통업계는 설 행사와 맞물려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해 고무된 분위기다.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12월 중순 이후 강추위로 세일 이후에도 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내년 1월에도 지속적인 한파가 예상되는 데다, 정기 세일과 설 행사가 다가오는 만큼 매출 신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자신의 겨울의류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방한 의류를 준비하려는 고객이 증가해 유통업체 매출이 느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야외 활동 대신 실내 활동을 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특수를 누린 업종도 있다. GS샵은 24일부터 26일까지 TV홈쇼핑의 주문이 바로 전 주말 대비 25% 올랐다. 튀김, 호빵 등 전통 야식 거리도 한파 특수를 누렸다. 23일부터 26일까지 이마트 매출향에 따르면 튀김은 전년 동기 대비 511.1%, 호빵은 80.9%, 치킨은 69.6% 늘었다.

물론 혹한이 모든 업종에 겨울 특수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 스키의 경우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혹한의 날씨에는 이용자가 오히려 줄어든다. 24일부터 26일 사이 보광 휘닉스 리조트를 찾은 스키, 스노보드 이용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만명 넘게 줄었다.

스키장 업계 관계자는 "사실 12월 보다는 1월이 최성수기"라면서도, "통상 스키장은 날씨보다는 요일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이번처럼 30년 만의 강추위가 다시 엄습해 온다면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고객 등이 많이 줄어 매출이 적지 않게 영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혹한의 추위가 발생할 경우 내방객의 숫자뿐 아니라 고객들의 선호 품목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업종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며 날씨와 경제는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이상기온이 자주 발생하는 등 기업들의 날씨에 대한 대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제품 프로모션 계획을 예측이 어려운 중장기 보다는 단기 전략으로 신속히 마련하거나, 국지적인 기후 변화에 대비해 지역 단위로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융통성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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