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최악의 ‘성탄 한파’가 닥치면서 전국에 화재와 동파, 정전 사고 등이 잇따랐다. 서울은 최저기온이 24일 영하 15도, 25일 영하 16도, 26일 영하 11도 등을 기록해 1980년 이후 12월 말 기온 중 가장 낮았다.
25일 오후 1시 20분께 서울 면목동 주택가 반지하 방에서 불이 나 주부 양모(25)씨가 숨지고, 2세, 4세 된 양씨의 아들 2명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셔 생명이 위독하다.
경찰은 당시 비어있던 조부모 방의 전기장판이 과열되면서 불이 났고 스펀지 재질인 매트리스가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흘러 넘쳐 옆방에서 성탄 오후를 보내던 양씨 가족이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도심인 덕수궁 옆 15층짜리 빌딩 1층에서 불이나 수십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진화작업 여파로 주변 교통이 정체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26일 오전 5시35분께 부산 남구 대연동 주택 2층에서 불이 나 신원을 알 수 없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추위가 사흘째 맹위를 떨치면서 수도관이 얼어 터지는 사고도 속출했다.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4~26일 292건의 동파 신고가 접수됐고, 인천과 강원도 각각 140건, 74건이 접수됐다. 26일 새벽엔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있는 아파트단지가 정전이 되면서 1,100여 가구의 난방이 3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사업본부 관계자는 “강추위라도 물만 약하게 틀어놓거나 계량기를 헌 옷 등으로 감싸놓으면 동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아 발이 묶인 시민도 많았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 전국에서 자동차 고장신고로 출동한 사례가 4만2,000여 건에 달했고, 이중 약 38%(1만6,000여 건)가 한파로 인한 시동 불량이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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