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에 자리잡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가축질병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 곳은 구제역 발생 이후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주호(사진) 원장은 2000년 구제역 땐 농림부 가축방역과장, 2002년 구제역 땐 검역원 방역부장 등을 지내며 검역, 방역 분야에서만 35년간 산전수전 치른 베테랑 중의 베테랑. 하지만 이번 구제역과의 싸움은 그가 지금까지 치른 어떤 전투보다도 힘겹게 느껴진다고 했다.
세상은 크리스마스에 연말 분위기까지 덧씌워져 떠들썩하지만, 이 원장을 비롯한 검역원 직원들에겐 그럴 여유가 없다. 이 원장 등 간부들의 하루 수면 시간은 2~3시간. 파트타이머까지 1,000여명의 직원을 통틀어 4시간 이상 잠을 자는 사람이 없다. "힘든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일이 빨리 마무리 돼야죠."
그의 가장 큰 걱정은 구제역과의 전쟁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직원들이 지쳐나가지 않을까 하는 점. 인력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국경에서 식탁까지'의 안전을 장담했던 그였던 탓에 대놓고 말을 꺼낼 수도 없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켜보십시오. 백신 접종이 끝나고 나면 구제역 방생도 하향 곡선을 그릴 거고, 결국 우리가 이길 겁니다."
그는 축산농가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고 했다. "축산농가 스스로 움직여 주십시오. 검역원의 노력만으로는 이 같은 사태를 완전히 막을 수 없습니다." 에둘러 풀어 놓긴 했지만 구제역 상시 발생국 등으로의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역, 방역에 대한 축산농가의 의식 수준이 여기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했다. 농가 백 곳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한 곳이 펑크를 내면 이런 일은 또 터지기 마련이다. "정부와 농가가 합심한다면 이번 구제역이 마지막 구제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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