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나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을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판매토록 하는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외국의 사례를 지적하며 '소비자 편의'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 의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비처방 일반의약품은 슈퍼나 편의점, 동네가게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일반의약품 판매 자유화 여부는 해묵고 뻔한 논란이다. 국민건강 보호를 이유로 약의 안전성 확보와 오ㆍ남용 방지를 내세우는 보건복지부는 일반 판매에 소극적이지만, 소비자들은 비처방 의약품이므로 환자들이 쉽게 살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적대로 미국에선 소비자가 '아는 약'은 편의점에서 일반 상품처럼 구입할 수 있다(OTC). 건강에 민감하고 약사회의 입김이 거센 일본에서도 이미 지난해 6월부터 비처방 의약품의 90% 정도를 일반 소매점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유명무실한 당번약국제를 보완해 7월부터 연중무휴 24시간 거점약국을 운영하면서 국민들이 감기약이나 해열ㆍ진통제 등 OTC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의 각 구(區)에 한 곳씩, 전국에 50여곳 정도 되는 거점약국은 의미가 없다. 형편이 나은 집이라면 미제나 일제 상비약을 사놓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밤에 감기기운이 있거나 피곤함을 느끼면 '아는 약'을 구하러 병원응급실을 찾거나 그냥 참으며 밤을 새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8일 규제개혁위원회 및 관계장관 합동회의를 개최했을 때에도 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으며, 이번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도 빠져 있었다. 입법 사안이라고 피해가면서, 거점약국이라는 대안으로 에둘러 갈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80% 이상이 이를 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한다고 하니 지켜보겠다. 일반의약품의 범위와 종류, 안전성과 유효성의 기준 등을 따져 단계적으로라도 서둘러 시행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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