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전략'/ 천즈우 지음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 필자는 '금융'이라는 개념 앞에서 혼란스러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10년을 넘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것을 접해오고, 또 4~5년 전 대학원에서 금융투자론을 2학기나 수강하기도 했지만 사실 정확한 개념 잡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는 금융위기마저 겪고 나니 금융이란 개념이 머리 속에서 복잡한 실타래 같이 꼬여버리기도 했다.
이러던 차에 미국 예일대 천즈우 교수가 쓴 을 접하게 됐는데, 이 책은 복잡한 금융에 대한 개념을 한번에,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일깨워줬다.
저자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공부하고 금융자본주의 중심인 미국에서 20년간 금융경제학을 연구하며 깨우친 금융의 원리를 역사적 배경과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유교적 문화, 대가족제도의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발전된 동아시아 국가에서 자란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그가 제시한 사례와 비유들은 자본과 금융의 원리를 쉽게 깨우치게 한다.
금융자본주의의 성립과정, 영국과 미국 금융시장의 차이점, 그리고 금융위기에 대한 저자의 해설과 평가는 결코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으며, 오히려 읽는 독자의 흥미를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적절한 부채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 투기의 요소가 없으면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 등은 눈여겨볼 만하다.
또 금융은 미래의 수입을 현재화하는 과정이고 금융화를 위해서는 예측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화와 법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도 등장하는데, 이는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작가가 제시한 해법으로 풀이된다.
우리 현실에 비추어 아주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아들 집 사는데 퇴직금을 보태느라 노후를 자녀세대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유교문화적인 선택이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도 지적해주고 있다. 은퇴기를 맞은 베이비부머들이라면 귀가 기울여지는 대목이다.
사족 하나. 어마어마한 책 두께를 보면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크게 염려치 않아도 된다. 읽다 보면 여러 기고문을 엮은 탓에 중복된 내용도 있어서 쉽게 진도가 나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