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경기도와 강원도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질병 전문가들은 구제역의 영어 병명(Foot and Mouth Disease)을 줄인 약어 FMD를 흔히'Fast Moving Disease(빠르게 이동하는 병)'로 바꿔 부른다. 그만큼 구제역은 일단 발생하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대표적인 질병이다.
사람과 차량 통제가 관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산불처럼 확산되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보유한 물리화학적 특징과 더불어 환경적 요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숙주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소와 돼지를 비롯한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은 모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의 확산이 아주 용이하다.
두 번째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매우 강한 감염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아주 적은 양의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동물이 쉽게 감염된다. 세 번째는 감염된 동물에서 다량의 바이러스가 배출된다는 점이다. 특히 돼지는 구제역 증폭기라고 불릴 정도로 방대한 양의 구제역 바이러스를 배출해 질병의 발생이 폭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는 저온 상태에서 감염성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고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된다. 그래서 겨울철에 발생한 구제역은 더욱 근절하기 힘들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자주 발생하는 근본이유는 방역당국의 부주의나 방역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 중에는 구제역이 빈번히 발생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그러한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여행객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실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축산물과 기타 물품 등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으로선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묘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과거에 발생한 구제역이 외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을 통해서 유입되었다는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검역당국의 권고대로 구제역이 발생한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온 축산 종사자 및 외국인 근로자들은 귀국 후 반드시 검역당국에 신고하여야 하며, 집에 도착하는 즉시 몸을 씻고 소지했던 물품도 깨끗이 세척하거나 소독할 필요가 있다.
이어 귀국 후 적어도 3~5일 이상 축사나 농장 출입을 자제하는 것도 구제역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모든 농장에서는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 및 근로자에 대해 예외 없이 철저한 소독을 실시하는 등의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한다면 구제역 전파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구제역 방역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의 강력한 계도와 더불어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 모두 적극적 협조를
방역당국이 구제역 발생지역 소와 돼지 등의 살처분과 더불어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구제역은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했기 때문에 방역에 어려움이 컸다.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동물 살처분에서 유발되는 막대한 비용 손실, 지역경제의 파탄 및 사체 매몰지의 환경오염 등과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제역 방제 효과도 신속히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예방백신 접종에 따라 '구제역 청정지역'지위를 쉽게 회복할 수 없는 등의 여러 문제점이 뒤따르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선 급한 불을 끈 후에 보다 근본적인 방역정책을 수립하는 데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최인수 건국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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