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초, 강명순(보건복지가족위원회) 한나라당 의원이 여당 의원으로서 빈곤 아동과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며 머리를 삭발하려다 주위의 만류로 짧게 커트를 쳤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위를 숙연케 한 적이 있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으로 내년도 예산 심의를 하며 빈곤 아동청소년을 위한 예산, 구체적으로 빈곤방임아동 재가서비스사업, 청소년자활지원 사업, 아동학대예방 및 보호지원 증액, 청소년돌봄사업(전용공간지원센터) 등의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했으나 정부의 무관심과 복지 예산 편성 불합리성의 관행 앞에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권여당의 의원이 정부와 대통령을 상대로 일종의 시위를 한 셈이다.
정치적 이슈와 화두를 가지고 당리당략에 매몰돼 있는 국회 현실에서 빈곤 계층, 특히 가난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정부 정책의 수립과 예산 반영을 줄기차게 호소하는 강 의원의 행동은 연말연시를 맞아 더욱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 자신 사회복지와 아동청소년 전문가로서 일생을 빈민과 취약 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기에 준삭발 행동이 일종의 '쇼'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을뿐더러, 입만 열면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라면서 그 꿈나무인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에는 나 몰라라 하는 국회와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는 이미 여실히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아동복지 예산이 영유아 보육예산의 1/15, 노인복지의 1/22, 장애인복지의 1/5 수준이고 2010년 보건복지부 아동 예산이 1,699억여원으로 복지부 전체예산의 0.51% 수준 (2011년 복지부 전체 예산 : 33조 5,541억여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빈곤 아동들이 아동복지시설에서 한끼에 주식, 부식, 간식비를 합쳐 지원받는 금액은 고작 1,235원이라 한다. 보건복지부의 아동 예산이 이 수준이면, 청소년육성 정책을 전담하는 여성가족부의 예산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안 봐도 알 일이다.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정책, 빈곤 아동과 취약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이제 변방 정책에서 탈피해 미래 창의적 복지선진국가를 일구는데 초석을 다지는 중요한 국가 우선 정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제2의 강 의원, 제3의 강 의원이 사회복지와 청소년계에서 계속 배출되어야 한다.
창의인성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체험활동'을 내년부터 정규 교과과정으로 시행하겠다는 것도 공부는 잘하지만 자기만 알고 인성이 결여된 사람이 아닌, 공부는 잘 못하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청소년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예산은 경시하면서 그들이 미래의 주인공이라며 변죽만 울리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있는 한 우리 빈곤 아동과 청소년정책은 계속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이 자른 머리카락이 빈곤 아동과 청소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단절과 새로운 희망의 꽃으로 자라길 기대해 본다.
이영일 NGO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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