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심상찮다. 화산 폭발과 잦은 지진이 대표적이다. 올해만 해도 1월 아이티에서 발생한 200년 만의 최악의 지진을 시작으로 2월 칠레 연안의 강진, 4월 중국 칭하이 대지진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빙하 아래에서의 화산 폭발, 그리고 가뭄과 폭우를 동반한 이상고온 현상, 폭설과 강풍, 우박을 동반한 이상저온 현상으로 지구촌이 신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물이 한참 새싹이 트는 시기인 봄철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와 여름철의 잦은 폭우와 폭염, 결실기의 태풍과 우박 등으로 농산물 수급 불균형이 초래됐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배추 한 포기가 1만5,000원까지 오르는 기현상도 경험했다. 이런 이상기온으로 금년도 벼 수확량이 예년보다 12.9%정도 감소한 428만톤이라는 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도 있었다. 또 봄과 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면서 4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고, 열대성 작물의 재배적지가 남쪽에서 북쪽지방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의 귤, 대구의 사과, 금산의 인삼, 장호원의 복숭아 성환의 배 등이 지역의 대표농산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남지역에서도 귤이 재배되고, 경기 북부지역인 포천에서 인삼이 재배되고 있으며, 사과와 복숭아 배는 강원 춘천이나 양구 등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하여 농작물의 재배적지가 북상하고 있으며, 재배품종도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또 기후변화는 광우병, 구제역, AI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의 확산과 신종플루,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및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 등 국민 건강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은 지구촌 곳곳에서 곡물의 정상적인 생육환경을 파괴시켜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식량수급에 대한 불안감도 점차 고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세계 주요 식량생산국들의 곡물생산량이 점차 감소하고, 특히 우리나라 농업인들은 품질 좋은 우수농산물 생산량이 격감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식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세계 각국들은 자국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출물량의 축소 및 제한, 식량기지의 사전확보 등 식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해외 식량기지의 확보, 저온이나 고온 피해에 강한 품종의 개발 보급, 대체작물의 개발과 보급, 농작물 재해보험의 확대 등 식량의 수급 불균형 문제와 국민 건강, 농업인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와 같이 채소값이 급등하는 상황이 다른 농작물에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올해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후변화에 의한 대처 방안이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장기적 정책으로 확실히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이종헌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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