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상균)는 문자 등을 통해 제자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D대학 홍모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교수가 제자에게 보낸 문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과한 친절이나 호감이 표현돼 있지만,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녀 신체적 특징'에 관한 성적 언동(言動)은 기술돼 있지 않았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대법 판례상 성희롱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홍 교수가 제자 A씨에게 보낸 문자 가운데 '화려한 그날이 오면 함께 여행을 떠날까?'라는 문구는 남녀 간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A씨의 이후 반응이나 서로 주고 받은 문자 및 이메일 등을 종합하면 A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이 느꼈을 만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홍 교수는 2008년 6월 자신의 지도 학생인 A(여)씨가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만사 의욕이 떨어진다"며 상담을 요청해 온 것을 계기로 A씨와 가까워졌다. 이후 홍 교수는 A씨와 문자, 전화통화,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하는 과정에서 '일없이 멍한 가슴 요동치는 그리움 일순간 녀석얼굴' '화려한 그날 오면 요리공주와 함께 일품여행 떠날까' '깊이 모를 짙은 빛 은빛 고운 하늘 별 밤 지새는 너의 별' 등 자작시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홍 교수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며 올해 1월 학교 성희롱ㆍ성폭력 대책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학교 징계위원회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홍 교수에게 정직1월 처분을 내렸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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